어중간한 ‘외인구단’의 처참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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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대행

MBC 주말드라마 〈2009 외인구단〉 성적이 신통찮다. 첫 회를 7.8% 시청률로 끊더니, 7.4%, 9.7%, 10일 방송된 4회는 6.9%로 뚝 떨어졌다. 사실상 실패다. 차후 본격 야구드라마로 변신해 시청집중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처참한 성적에 발맞춰 각종 미디어에서도 일일이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방향은 같다. 이현세 원작 〈공포의 외인구단〉은 1980년대에 맞는 이야기지 21세기에 적용할 만한 콘셉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현대화시키려는 방향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

▲ MBC 주말드라마 <2009 외인구단>

그러나 단순히 시청률 문제만으로 본다면 실패 원인은 단순하다. 〈2009 외인구단〉은 현 시점 드러나 있는 방송 드라마 시장 기준에 하나도 제대로 맞아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오락가락하는 판단이 난무했다. 그러다보니 시장이 무너졌다.

먼저 편성시간대다. 〈2009 외인구단〉은 주말 밤 10시 40분에 편성됐다. 통상적으로 이 시간대는 중장년층 여성 시간대다. 큰 인기를 모은 SBS 〈조강지처클럽〉이 유사 시간대 편성이었다. 멜로성 짙은 구식 연애담인 탓에 그런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공포의 외인구단〉 원작 팬베이스는 30대 중반~50대 초반 남성층에 집중돼 있다. 통상적으로 ‘사극 시청자’로 분류되는 시청층이다. 이 시청층은 주말 사극이 으레 그러하듯 9시 뉴스에 이어 붙이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과연 사극 시청층이 스포츠 연애담으로 옮겨올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을 수 있다. 그래서 애매한 시간대가 나왔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트 성격이다. 노스탤지어성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아예 〈에덴의 동쪽〉처럼 시대배경을 그리로 잡았어도 됐다. 그런데 그렇게 밀어 붙이지도 못했다. 원작 팬베이스에 대한 확신이 안 선 것이다. 그래서 시대배경도 현재로 하고, 등장인물 캐릭터도 조금씩 손 봤다.

문제는 그 콘텐트 변형과정이 이도저도 아니라는 데 있다. 21세기 기준으로 봤을 때 말이 안 되는 캐릭터들을 고스란히 남겨놓았다. 원작에서 흑인혼혈인 하극상은 1980년대에 미군 사생아로 시대적 배경이 맞았다. 이를 그대로 살리려다 보니 베트남 혼혈이 됐는데, 현재 농촌지역에서 일고 있는 다문화 가정 상황에서 베트남계 혼혈아는 대부분 20세 이하다. 사회 환경과 맞질 않는다. 운동선수로서 지나치게 큰 덩치 탓에 놀림 받는 백두산은, 메이저리그의 헤비급 대포들을 지켜봐 온 21세기 한국대중에게 난센스다. 그 밖에도 많다. 콘셉트를 뒤집으려니 원작 팬베이스가 아쉽고, 그대로 따르려니 젊은층이 아쉬워진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건 확신 있게 선택만 했으면 지금 같은 처참한 패배는 없었을 수 있다. 캐릭터와 설정을 상당부분 바꾸고 월화 밤 시간대로 편성해 젊은층 공략에 나설 수도 있었다. 주말 9시 50분에 1980년대 회고담으로 들어가 중장년층 남성에게 새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대행

현 시점 방송시장에 ‘어중간한 시장’이란 없다. 소위 ‘누울 자리’가 명확히 있다. 도전이라는 건 그 시장 내에서 신선함을 유지하자는 것이지, 시장 구분 사이에 걸쳐 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2009 외인구단〉을 반면교사 삼아, 시장 성질을 명확히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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