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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방송 다시보기(25)]

“니들이 게 맛을 알아?”는 배우 신구의 상징어다.

신구는 여러 시트콤에서 괴팍한 성징으로 거침없는 독설을 뿜어대지만 밉지 않다. 수십 년을 농익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다양한 역을 소화했던 그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이승만에서 여운형, 양녕대군까지 어떤 역도 녹여내는 왕성한 소화력으로 개성을 드러내는가 하면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같은 곳에선 차분한 판사역도 무난하다.

신구의 코믹연기는 지난 86년 KBS의 주간연속극 <그러게 말야>(연출 정병식, 극본 유호)로부터 본격 시작됐다. 이후 MBC와 SBS를 넘나들며 코믹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과 지금도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도 신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86년 <그러게 말야>는 노인을 중심에 세운 보기 드문 가족드라마였다. 일본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에 야구광인 송노인과 권투광인 홀아비 차노인, 우직하고 무식한 오노인 등 세 노인이 펼치는 가족드라마였다. 신구는 여기서 강부자와 호흡을 맞추며 연기력을 확장해갔다. 신구는 20대때부터 갈고닦은 연극배우 경험이 큰 밑천이 됐다. 예명 ‘신구’도 극작가 유치진에게서 받았다. 데뷔작도 유치진의 연극 <소>였다.

신구 옆에는 늘 이순재가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젊은 감각을 보였던 이순재의 탄탄한 연기력이 전통의 틀을 깨고 나와 파격을 보인 건 지난 91년 MBC 주말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다. 대발이(최민수) 아버지 이순재는 이 드라마에서 호통개그를 넘어 자주 몸개그 수준의 코믹연기를 보였지만 보기 싫지 않았다. <사랑이 뭐길래>는 무명가수 김국환이 부른 주제가 ‘타타타’의 인기와 함께 다음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최민수 하희라 두 주연배우들에게 TV부문 인기상을 안겼다.

우리가 이순재의 말도 안되는 호통개그를 듣고도 밉지 않은 건 그가 드라마 <이산>에서처럼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영조 임금도 소화하는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방송환경에선 70대 중반인 두 연기자를 이을 재목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 편당 제작비를 줄이는 물론이요, PD가 작가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 제작여건은 그래도 양반이다. 게스트 줄이기를 넘어 진행자를 아주 없앤 주말 MBC의 <서프라이즈>는 정말 서프라이즈 했다. 주말에 맞붙은 3사의 〈무한도전〉  〈패밀 리가 떴다〉 〈1박2일〉을 나쁜 프로그램이라 할 순 없지만 개그도 아니고 뭤도 아닌 버라이어티 쇼로는 오래 남을 좋은 배우도, 좋은 연출가도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쇼는 쇼일 뿐이다.

▲ 이정호 참세상 편집국장

돈이 된다고 주말 버라이어티에 대하 사극 수준의 제작진이 전국으로 몰려다니는 사이 지상파 드라마에선 발음도, 발성도 안 되는 배우들이 훈련도 안 된 채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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