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일 ‘미디어법’ 관련 중대 특강서 ‘언론 공공성’ 추모…정 의원, 미디어법 빠른 처리 강조

▲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특강을 위해 중앙대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언론 공공성’의 죽음을 상징하는 추모제를 지내고 있는 ‘언론공공성을 위한 대학생연대’ 소속 중앙대 학생들. ⓒPD저널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앞에 ‘제사상’이 차려졌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언론관계법이 통과될 경우 ‘언론 공공성’은 죽을 거라는 우려를 담은 학생들의 퍼포먼스다.

‘언론공공성을 위한 대학생연대’ 소속 학생 10여 명은 14일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중앙대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같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이날 퍼포먼스를 준비한 한 학생은 “지금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미디어법 내용을 보면 언론을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보고 있다”며 “언론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에 그걸 추모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종플루, 정병국 의원님을 환영합니다” “미디어법=언론 공공성에 대한 사망진단서” 등의 손팻말을 들었고, 정 의원에게는 국화꽃을 선물했다.

▲ 정병국 의원이 학생들로부터 받은 국화를 들고 서있다. ⓒPD저널
정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수업 중 언론관계법 개정의 필요성 등을 주장하는 내용의 특강을 진행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우리가 선도해야’란 주제로 진행한 특강에서 정 의원은 언론관계법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정 의원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는 법 정비가 필요하다”며 언론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뒤 “(일부 우려처럼)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한국언론재단에서 진행한 매체 영향력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조중동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영향력 8위였던 네이버가 2008년 3위로 뛰어오른 데 반해, <조선일보>는 같은 기간 3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는 근거를 댔다.

그는 “신문시장에서 조중동의 독과점이 심화됐다 얘기하지만 전체 언론매체와 비교하면 (신문은)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며 “미디어환경이 변화하면서 뉴미디어가 새시장을 점유하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우리가 선도해야’는 제목으로 정병국 의원이 특강을 하고 있다. ⓒPD저널
특강 직후 학생들은 정 의원 주장에 대한 반박과 함께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신문방송겸영 허용 주장에 대해 학생들은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한 학생은 “기업과 신문의 방송진입을 허용해 독점을 해소한다고 하는데 방송에 진입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며 “현재 방송에 진입할 수 있는 곳은 일부 대기업과 조선 같은 신문뿐이다. 대기업과 특정 신문이 방송에 들어왔을 때 그런 방향의 독점은 높아질 것이고, 자본과 대기업의 논리로 방송을 재편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조중동은 강력한 자본을 바탕으로 무가지와 경품을 뿌려 영향력을 확장한 것 아니냐”고 꼬집은 뒤 “(신방겸영을 허용하면) 자본력이 강한 조중동이 그 영향력을 더 높여가겠지만,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신문들, 자본에 대해 견제 기능을 하는 신문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정부 차원에서 신문에 대한 지원은 줄이면서 신방겸영만이 신문사의 살 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문시장 현실에 대해 정 의원과 학생들 사이의 인식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무가지와 경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에 의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과거 그런 적이 있었을지 몰라도 자본의 힘만으로 무가지나 경품을 준다고 사람들이 신문을 보겠나. 지금은 그런 것들이 없어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문배달을 직접 해봐 (현실을) 잘 안다”는 한 학생은 “최근에도 현금을 주며 신문을 구독하라는 것을 본 적 있다”며 “의원님이 알고 있는 사실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 강의실 책상 위에 ‘언론 공공성’의 죽음을 상징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는 가운데 정병국 의원이 앉아 있다. ⓒPD저널
공영방송법과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에 정 의원은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한 학생은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공영방송법은 KBS 경영위원회가 KBS의 예산 등을 통제하도록 하는데 경영위원회 구성원 5명 중 정부·여당이 3명을 선택하도록 돼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여당에서 KBS의 예산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생은 “공영방송법은 방송사를 공영이 아닌 국영방송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공영방송법과 관련해선 BBC를 모델로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여러 가지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언급을 피했다.

다음달 15일까지 100일 시한을 정해놓고 활동 중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와 관련한 비판도 나왔다.

한 학생은 “최근 미디어위 부산공청회에서 한나라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공청회를 끝내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런 것들을 보면 6월 언론관계법 표결 처리를 위해 100일의 시한을 정해 놓고 허수아비를 세워놓은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국민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을 추천해 미디어위를 만들어 그곳에서 자체적으로 내용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활동 기한과 방법만 정했지 개입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특강 1시간과 질의응답 1시간 등 약 2시간 동안 학생들과 대화했다. 그러나 특강이 끝난 후 일부 학생들은 정 의원의 특강 방식에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강 직후 만난 한 학생은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그냥 ‘학생이 똑똑하네’ 하는 식으로 넘어가고, 특히 공영방송법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정병국 의원이 특강을 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상복을 입고, 피켓 등을 들어 ‘언론 공공성’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는 모습. 정병국 의원을 신종플루에 빗댄 손팻말을 들고 있다. ⓒPD저널

▲ 정병국 의원이 특강을 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상복을 입고, 피켓 등을 들어 ‘언론 공공성’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는 모습. ⓒPD저널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