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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지난 5월 23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것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마을 뒷산 언덕에서 투신했다니 너무 황망해서 할 말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사법고시에 이어 민주화 투사, 정치인, 대통령까지 지낸 한국 현대사의 증인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국민통합과 지역분권, 언론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한 대통령이었다. 물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정치적 격변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여소야대의 구조적인 의회 공간에서 정부 정책은 반영되지 않았고, 심지어 1년 만에 탄핵발의까지 되는 상황에 몰렸다. 이후 탄핵역풍과 총선에서 강력한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렀다.

대선공약으로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은 헌재의 위헌판결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되었고 치루는 재보궐선거마다 패배해, 한 때 23전 23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지방 균형발전 정책과 종부세도 기득권층으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퇴임후에도 측근인사와 가족들의 연이은 구속과 조사에 이어 자신도 정치자금 관련 의혹으로 사상 3번째로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언론과의 갈등 : 언론개혁의 바람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와중에도 한결같이 언론개혁에 대한 의지는 강했다. 물론 상대방에서는 언론탄압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언론으로부터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견제를 받았고 비판받았다. 아마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일부)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대통령일 것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언론과 검찰과의 갈등이 있었고, 일부 언론과는 직접적인 비난을 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다.

지난 5월 16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세미나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조선일보> 조선만평으로 해석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논문은 조선만평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분석한 결과, 한결 같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무자격과 무능력 프레임을 재생산했다고 제시했다. 이렇듯 일부 언론과의 관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인상은 정치적 희화화 되었다.

언론의 과열과 언론플레이를 경계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최근 소회에서도 ‘박연차 리스트’ 관련 언론 과열과 수사기관의 언론플레이나 사실확인에 소홀한 보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한 적 있다. 사실 오래전부터 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언론에 공개해 여론재판을 하고, 사실확인보다는 수사기관의 발표만을 보도하는 태도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의 대상이었다.

당연히 언론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권으로서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누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불과하다. 고로 언론의 권력 감시는 항상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그것이 시민들로부터 용인받아서 여론으로 심판할 수 있는 것이다.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물론 여기서 고인의 죽음에 대해 누구 누구의 책임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임에도 당했을 모욕과 피해가 만약 일반인이었으면 어느 정도 당할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바로 퇴행하는 한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언론과 인권문제의 결정판을 표현한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기회에 언론은 범죄사실에 대한 보도원칙을 제정하고 최소한의 인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수사기관 역시 인권보호에 대한 규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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