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자 ‘자성글’ 이어 경찰 향한 앵커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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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취재 고민 털어놔…경찰 광장 봉쇄 비판 클로징멘트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언론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SBS 내부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광장을 전면 봉쇄하고 있는 경찰에 대한 앵커의 ‘쓴 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검찰과 법원을 출입하는 SBS 기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바라보는 기자로서의 깊은 고민이 담긴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 SBS <나이트라인> 편상욱 앵커 ⓒSBS

“슬플 때 슬퍼하는 것 시민의 권리…경찰 누구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해봐라”

지난 27일, SBS <나이트라인> 편상욱 앵커는 클로징멘트를 통해 “경찰이 누구를 위해 왜 존재하는지, 실제로 경찰을 움직이는 분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며 경찰의 서울광장 원천 봉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편 앵커는 “경찰의 의무는 시민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시민들 돈으로 월급 받는 경찰이 시민들이 설치한 덕수궁 분향소에서 천막을 빼앗았다. 추모 행사를 서울광장에서 열어야 한다는 여론이 70%에 달해도, 경찰은 시민들 돈으로 산 버스로 광장을 봉쇄했다”며 “슬플 때 슬퍼하는 것도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경찰의 행동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 26일, 김요한 SBS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책임지지 않는 언론”, 안희정의 절규>란 제목의 글을 올려 “전직 대통령 투신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출입처가 검찰과 법원이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이 깊다”며 그동안 취재·보도를 하면서 해온 고민들을 풀어놓았다.

특히 김 기자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한 말을 듣고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후려 맞는 듯 했다”며 “나를 비롯한 법조팀 선배들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내게 쥐어진 큰 칼 무책임하게 휘두르지 않겠다”

안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검찰 수사가 스포츠 중계냐”고 따져 물은 뒤 “검사들의 의심은 사실인양 매일매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며 “그것이 재판 결과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언론과 검찰은 핑퐁게임하듯 주고받으면서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고 시정 잡배로 만들었다”고 언론과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기자는 이에 대해 “검찰 수사 단계에서 많은 기사가 나오는 것은 <속보>가 생명인 언론의 속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라고 언론의 생리를 설명하면서도 “어찌됐든 검찰 소환이 대서특필 되고 조사를 받는 동안 관련 내용이 보도가 되고,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고, 재판 결과가 나오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처음 보도가 될 때만큼 비중있게 보도가 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작금의 보도 태도에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로 무책임하게 의혹을 제기하거나,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보도 이전에 하게 되는 고민의 정도와 깊이가 줄어들게 되면 그 피해가 상상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유아적인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 김요한 SBS 기자가 지난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그는 또 “만약 누군가 작정하고 나를 무고하게 고소하고, 그래서 그것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에 불려가서 피고소인 내지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누군가가 이 내용을 알아내 보도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도된 내막이 사실인지와 상관없이 ‘에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겠어?’하고 낙인 찍고 만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되물은 뒤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딱히 뾰족한 방법이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안 최고위원의 절규가 마음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건, 그런 고민의 가운데서 이런 큰일을 당해서 일 것”이라며 “당장 명쾌한 해답을 얻어낼 수 없는 문제지만, 남은 기자생활 동안 대안을 얻어내려 노력하겠다. 그리고 내게 쥐어진 큰 칼을 무책임하게 휘둘러대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애도 열기 속 본질 보려 노력”

김 기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안타까운 심경도 드러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이유를 아무도 알 수 없으니, 검찰 수사와 보도 내용이 실체적 진실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도 이제는 확인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며 “그러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었는지와 상관없이 이런저런 상황으로 답답했을 노 전 대통령의 마음이 어렴풋이 짐작이 된다. 정치적 평가가 어떻든, 꿋꿋하고 당당하게 이룬 그 분의 성공신화가 이렇게 참담한 비극으로 끝이 난 것이 너무도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요한 기자의 글에 대해 SBS 보도국의 한 동료기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열기 속에서 냉정하게 본질적 부분을 보려고 노력한 글”이라며 “SBS도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책임에서 무관할 수 없으니 법조 기자로서 고민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의자의 혐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속보경쟁을 해야 하는 언론의 현실과 그 속에서 다치기 쉬운 사람에 대해 계속해온 고민들이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난 것 같다”며 “기자로서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표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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