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실업 세무조사 누구 지시로? 풀리지 않는 의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클리핑]노희경 “PD집필제, KBS 미래에 반하는 정책”

천신일 회장 구속영장 기각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이 이중의 타격을 입게 됐다. 〈한국일보〉는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해선 ‘표적수사’, 현 정권 측근들에 대해선 ‘부실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기 때문”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책임론에 휩싸여 있는 검찰로선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의형제인 천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수사 초기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측근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천 회장 관련 수사는 검찰의 칼끝이 ‘살아있는 권력’도 겨누게 될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돼 왔다.

▲ 한국일보 6월 3일 8면

검찰이 천 회장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그리고 증권거래법 위반 등 세 가지다. 이 중 수사의 핵심은 알선수재 부분이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지난해 7~11월 박 전 회장의 청탁을 받고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전화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천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한 사실은 소명됐으나, 그 대가로 중국 베이징에서 받은 돈과 박 전 회장의 회사에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에게서 받은 6억4600만원을 청탁의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 “조세포탈 혐의는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권거래법 위반 부분은 일응 소명이 있다고 인정되나 범해의 정도와 동기 등을 참작할 때 비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은 “정치적 관점에서의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천 회장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 태광실업 세무조사, 누구 지시로? 왜?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그 배경과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의 전모부터 추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3일 1면 머리기사와 4,5면 기사 등을 통해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한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이 꾸린 ‘정치보복 진상조사특위’ 박주선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 수사뿐 아니라 이에 앞서 실시된 태광실업 세무조사 또한 ‘표적조사’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며 “세무조사가 왜 시작됐고, 얼마나 강도 높게 이뤄졌는지, 또 조사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됐는지 등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신일 3대 의혹 진상조사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부대변인은 “태광실업은 지방(부산)에 있는 중소기업에 불과한데 왜 특별세무조사를 맡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 담당했는지 의문”이라며 “박 전 회장이 참여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깊고 활동 반경도 ‘친노’들의 주무대인 부산·경남이라는 것에 착안해 ‘기획조사’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재계 순위가 600위권에 머무는 중견기업을 특별 조사하고, 이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처럼 많은 정보를 가진 인물이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 의혹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등 정권 실세에 대한 골프 접대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검찰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해외로 나간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한겨레 6월 3일 5면

한겨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검찰 수사의 시발점은 국세청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였고, 그 중심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있다”면서 “그러나 한 전 청장이 과연 누구의 지시를 받고 무슨 의도로 태광실업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나섰는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과 얽히고설킨 그의 행적에도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검찰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 조사를 위해 한 전 청장에 대한 소환조사 의지를 밝혔지만, 미국으로 도피한 한 전 청장을 상대로는 ‘이메일’로만 조사하고 있을 뿐이다.

한겨레는 “한 전 청장의 행적 가운데 가장 큰 의문점은 지난해 7월30일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이유”라며 “당시 한 청장이 김해의 한 지방기업인 태광실업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동원해 샅샅이 뒤질 것을 지시한 정치적 배경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촛불시위 자금 출처 파악을 위한 형님 지시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촛불집회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망신을 당한 뒤 ‘반전 카드’로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을 불러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시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한 전 청장이 여권 핵심에 줄을 대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점도 표적 세무조사 의혹을 더한다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한 전 청장은 지난해 말 경북 경주시의 한 골프장에서 이상득 의원의 측근인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 등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국세청장에 임명된 한 전 청장은 이 대통령 쪽 핵심 실세들에게 줄기차게 접근해 왔다는 증언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핵심 인사는 “한 전 청장이 정권의 한 실세에게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 관련 BBK 자료를 건네주겠다고 했다가, 대통령의 다른 핵심 측근의 만류로 주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의 국외 도피 역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전임자인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수천만원대의 그림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청장직에서 물러났다. 그 뒤 참여연대 등의 수사 요구에도 검찰은 늑장을 부렸으며, 한 전 청장은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직전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도피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기획출국설’을 제기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한상률 전 청장은 국세청 조사 자료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고,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한상률 리스트’에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들어 있다”며 “죽은 권력에 서릿발을 내리게 하기 위해 한 청장을 미국에 보냈고, 살아 있는 권력에 봄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아직도 (한 청장을) 안 데려온다”고 주장했다.

미국으로 도피한 한 전 청장은 검찰의 전자우편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자신을 상대로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자신의 기획출국설 등 잇따른 의문의 행보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 없이 현재 미국에서 사실상의 도피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동아 “정치적 타살? 한겨레·경향 자가당착”
한겨레 “반성에 인색한 언론…자멸할 뿐”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언론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가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동아는 3일 6면 톱기사에서 한겨레와 경향 보도를 상세히 ‘분석’한 기사를 싣고 이들 신문이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조중동에 대한 비판에 무게를 실으며 한국 언론의 자성을 주문했다.

동아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좌파 성향의 신문과 전국언론노조 등이 기사 칼럼 독자투고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 검찰과 보수 신문의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면서 그러나 “두 신문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검찰의 입을 빌리는’ 기사를 연일 썼으며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이 맞지 않을 때에는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 보도는 3월 30일 박 전 회장이 500만 달러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줬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가 보도하면서 본격화됐다. 동아는 “한겨레와 경향도 3월 31일부터 관련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고 전했다.

4월 7일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되자 두 신문은 다음 날인 8일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거나 검토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날 한겨레는 ‘형님에서 부인까지…노 전 대통령 도덕성 치명타’ 기사를 함께 실었으며 9일에는 500만 달러가 투자로 위장돼 노 전 대통령 쪽에 건네졌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사도 게재했다.

5월 12일 딸 정연 씨가 박 전 회장에게 40만 달러를 송금 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두 신문의 노 전 대통령 비판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경향은 13일 기사 ‘불어나는 수상한 돈…노 사법처리 막판 변수’에서 “검찰이 그동안 권양숙 여사에 대한 재조사와 노 전 대통령 사법처리를 미뤄온 것은 이 같은 추가 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14일 ‘달러 용처 말 바꾸기…노 전 대통령 쪽 궁지’ 기사에서 100만 달러 용처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이 검찰 수사에 따라 여러 차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6월 3일 6면

반면 한겨레는 이날 ‘한국 언론, 자성만이 살길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진실을 보도해야 할 본연의 의무를 방기한 채 정치공학적 정파성에 매몰돼 사실을 왜곡·조작하고 여론을 오도해 사회를 분열시키는 존재가 돼버렸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런 비판이 극적으로 드러난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비등한 언론책임론”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어 “이른바 ‘조중동’은 비판의 표적이 됐다”면서 “이들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 촛불시위 왜곡보도로, 과거 일제 및 군사정권과 야합해 세를 불린 그들의 정체가 일반 시민들에게 각인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들에 대한 불신이 언론 일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점”이라며 “이렇듯 만드는 이들조차 신뢰하지 않는 언론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구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겨레는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원인규명이 일차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정치적 편향성”이라며 “언론이 객관성의 바탕이 되는 신중성을 결여한 점 역시 신뢰의 위기를 낳은 원인이다. 노 전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악의를 의심받는 언론뿐 아니라 대다수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검찰 브리핑을 언론플레이인 줄 알면서도 받아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불합리한 취재관행을 현실론으로 덮으며 끌고 온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언론들이 무슨 잘못이 있었냐고 강변하는 것에서 보듯 우리 언론계는 반성에 지극히 인색하다. 그러나 이 상태로 가면 언론 전체가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며 “비판을 수용하고 반성해 성찰적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검찰 수사와 받아쓰기식 보도행태의 책임론을 집중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은 3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 1층 대강의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언론의 책임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한다.

검찰 수사 브리핑 개선…민주, 대검 중수부장 등 고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법무부가 검찰의 수사 브리핑 관행 개선에 나섰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노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했던 브리핑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동아는 “법무부는 수사 브리핑 관행의 문제점을 살펴 ‘수사공보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개선위원회를 이달 중순경 발족한다고 2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브리핑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수사상황 유출과 언론보도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위원회를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아는 “그동안 검찰은 중요 피의자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오보(誤報)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이라도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이후 브리핑을 일절 중단한 상태이며, 특정인의 소환 조사 사실 등만 간단하게 공개하고 있다.

법무부가 발족할 제도개선위원회는 언론 및 학계 중진 인사와 관련분야 전문가, 법조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되며 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한 대검 중앙수사부의 이인규 부장과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뇌물죄 성립의 핵심인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범죄 소명이 충분하다’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취지의 브리핑을 해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유죄를 예단하게 했다”고 밝혔다.

‘盧 서거 보도’ 안팎 비판에 들끓는 KBS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보도를 계기로 KBS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보도본부장·보도국장 불신임 투표가 실시되고, 제작·편성·보도 책임자에 대한 문책 등이 안 되면 사장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경향은 “추모 현장에서 취재를 거부당하고 시민들의 항의로 중계차가 철수하는 등 거센 비판에 부딪히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일선 기자·PD 등의 위기감이 극에 달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는 지난 1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김종률 보도본부장과 고대영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4일~5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기자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정부를 비판하는 조문객의 인터뷰를 빼라고 지시한 것과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때 중계차를 뺀 일 등 일련의 취재·보도 지시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PD협회(회장 김덕재)도 같은 날 긴급 총회를 열고 시청자들에 대한 이병순 사장의 공식 사과와 편성·제작·보도 책임자에 대한 엄중 문책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또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장 퇴진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 측 요구로 열린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회의에서도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KBS 방송의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다. 노조 측이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을 요구한 데 대해 사측은 유감 표명과 함께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따져서 책임을 묻도록 사장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경향신문 6월 3일 23면

사내 게시판에도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기자는 “취재 현장에서 욕설을 들었고 시민들이 방송 차량에 침을 뱉었다”며 “시청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허우적거렸다”고 자아 비판했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현상윤 PD는 “KBS가 직면한 오늘의 사태는 이 사장 1년 동안 변화된 KBS에 대한 총체적 평가”라며 “부사장과 편성, 제작, 보도, 라디오본부장 그리고 보도국장 등에게도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도 KBS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언론연대와 미디어행동 등은 이미 “KBS가 정권과 한나라당에 야합한다면 공영방송 KBS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KBS 뉴스 안보기 운동이나 수신료납부 거부 운동 등도 벌일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논평을 내고 “‘KBS의 정치적 독립성이 어디까지 훼손되고 있는지, 어째서 민영방송보다 더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는지 성찰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희경 작가 “PD집필제, 작가 수백명 목 날려버려”

KBS가 지난봄 개편부터 시행하고 있는 ‘PD집필제’를 두고 작가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의 노희경 작가가 3일 경향신문에 ‘KBS PD집필제 속셈은?’이란 제목의 글을 싣고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 작가는 이 글에서 먼저 “작가 지망생들을 교육하는 곳에서 면접을 하다보면 많은 지망생들이 드라마를 쓰려 하는 이유가 ‘저 정도 드라마는 나도 쓰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나는 웃으며 ‘아, 네’하며 가차없이 낙제점을 준다”면서 “단순히 내가 하는 일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작가가 되겠다며 써보지도 않은 증거를 잡은 이유”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KBS가 ‘PD 집필제를 실시한다’고 공포하고, 일부는 실시했다. 말로는 ‘PD 역량 강화’이지만, 본질은 ‘사장 재선임을 염두에 둔, 혹은 연임 후 임기 내에만 한시적으로 눈에 보이는 적자구조 탈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 작가는 “PD는 PD인데 글로 역량을 문제 삼겠다는 억지로 PD의 입을 틀어막고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 노하우를 축적한 작가 수백명의 목을 일시에 날려버린 이 사태는 소설 열두 권 분량을 쓰시겠다고 덤빈 내 아버지처럼, 한 줄 글도 안 써보고 수십시간을 때우겠다고 달려든 수많은 지망생들처럼 마음은 이해가 가나 치기스러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6월 3일 31면

그는 “지금은 힘들어도 미래를 위한 투자로 문화컨텐츠진흥원을 만든 정부정책, 방송문화와 KBS의 미래에도 반하는 이 정책이 ‘절대공감할 수 없는, 조용히 치러야 할 11월 사장 연임을 앞둔, 혹은 임기 내에만 한시적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가 아닌 누구나 공감하는 ‘적자탈피’란 경제논리로 위장된다면 아이디어를 얹어줄 수도 있다”며 “값싸게 제작되는 힘없는, 그러나 방송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교양다큐 부문에 칼날을 댈 것이 아니라 비싼 돈이 드는 드라마, 예능에 먼저 칼날을 대면 된다”고 밝혔다.

또 “방송사를 전파사로 취급해서 뭐든 틀기만 하면 된다면 재방, 삼방, 만들어 논 것 계속 돌리면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것을 충족할 순 있지만 조용히 치르진 못할 것이다. 그건 정말 상관없고 ‘당장은 몰라도 나중엔 결국 손실이 더 커지고 질적 저하, 미래 없는 임시방편 등등’의 생각이 든다면 다큐 작가의 성명서 맨 마지막 말처럼 ‘대화하라’”고 강조했다.

노 작가는 “‘일개 드라마 작가의 말이 거대한 방송사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하는 생각에 때려치울까하는 마음이 내내 들지만 ‘그래도 다 한솥밥 먹는 사람들인데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왜 없겠나, 입장을 솔직히 드러내고 같이 살아보자”라고 말했다.

‘종료 시점’ 견해차로 미디어위 좌초 위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종료 시점을 둘러싼 견해차로 난파 위기를 맞고 있다.

한겨레는 “미디어위에 감도는 긴장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태’로 촉발됐다”고 보도했다. 서거 직후 여야 위원들은 각각 지난달 27일과 29일로 예정됐던 대전 공청회와 워크숍 연기에 합의했으나, 2일 오전 열린 미디어위 운영소위원회에선 이견이 분출했다. 위원회 일정을 한 주 더 연기하고 연기된 일정만큼 운영 기간(100일)을 연장해야 한다는 야당 쪽 요구와 ‘추가 연기 불가 및 예정 종료일 엄수’를 고수하는 여당 쪽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100일 종료 시점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를 둘러싼 해석차도 ‘불안요소’다. 여당 쪽은 여야가 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3월6일부터 100일을 계산해 이달 15일을, 야당 쪽은 위원회가 공식 출범해 첫 회의를 연 같은 달 13일을 첫날로 봐서 이달 22일을 종료일로 판단하고 있다. 야당 쪽 계산법대로 100일에서 2주를 연장하면 미디어위 종료 시점은 7월로 넘어간다.

한나라당이 ‘15일 종료’를 밀어붙일 경우 야당 위원들은 5일 일정부터 참여를 거부한다는 방침이어서, 여당이 독자적으로 일정을 강행하면 위원회가 종료 직전에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겨레는 “미디어위의 향배에 따라 이후 국회는 언론법을 사이에 둔 ‘여야 대치→표결 강행 시도→입법전쟁 재현’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위원회가 깨지더라도 한나라당이 곧바로 ‘표결 정국’으로 몰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여당 추천 위원조차 “노 전 대통령 서거 원인을 묻는 여론이 ‘정부 책임론’ 쪽으로 기운다면 올해 언론관계법 국회 처리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영화 등급 분류도 ‘MB코드’ 맞추기?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지명혁)의 영화 등급분류 결정이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영등위는 오는 25일 개봉 예정인 영화 〈반두비〉에 대해 청소년관람불가(18살 관람가) 결정을 내리며 “여고생이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는 장면 등의 묘사가 구체적이며 욕설과 비속어도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음달 열리는 청소년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지난 5월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12살 관람가로 상영돼 관객평론가상과 시지브이(CGV)장편영화 개봉지원상을 받았다. 신동일 감독 등 이 영화 제작진은 성명서를 내어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조심스럽고 선정적이지 않게 연출했다”고 반박했다.

영등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한겨레는 “〈박쥐〉 〈중경〉 등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성기 노출이 파격적으로 허용되거나, 주검 훼손 등 폭력성이 강한 〈그림자 살인〉이 15살 관람가로 개봉하는 등의 심의 추세와도 대조된다”면서 “영화계에서는 영등위의 이번 결정에 정치적 이유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특정 동물에 비유되는 이유를 학원 강사가 여고생들에게 묻는 장면 등 이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이 나온다. 영등위의 영화 등급분류 결정서도 이 장면을 문제 삼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영등위는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작전〉에 대해 청소년관람불가 결정을 내렸다가 제작사의 항의를 받고 재심의를 통해 15살 관람가로 낮춘 바 있다. 주가조작을 소재로 한 〈작전〉은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된 BBK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영등위가 정부와 정치권의 코드를 맞추느라 바쁘다”고 비판한다. 조광희 변호사(영화사 봄 대표)는 “선정성이라는 항목은 시각적인 부분에서 두드러지는 것인데, 영화 〈반두비〉에 대한 이번 결정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등급 분류의 본래 취지와 거의 관련 없는 사안들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6월 3일 2면
앰네스티 “MB정부 출범 이후 한국 인권 후퇴”

세계적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가 2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인권 상황이 후퇴했다는 내용을 담은 ‘2009년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앰네스티의 연례보고서는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 157개국의 인권상황을 담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있는 인권보고서로 평가받고 있다.

경향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보고서에서 “미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대체로 평화롭게 시위를 하던 시위자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진압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위자·노동조합원·언론인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항목에서 “KBS, 한국방송광고공사, 아리랑TV, 스카이라이프, YTN의 최고경영자들 및 사장들이 현 정부의 지지자들로 교체됐다”고 지적했다. 김희진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경찰력의 사용과 표현 및 집회의 자유”라며 “책임 있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에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였으며 5월부터 7월 초까지 거의 매일 시위가 열렸다”며 “시위자들은 골절, 뇌진탕, 일시적 시력상실, 고막 파열 등의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고은태 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은 “당시 소위 ‘불법폭력시위자’들에 대한 처벌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행히도 아직까지 우리는 당시 시위대에게 저지른 (경찰의) 폭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언론독립과 관련해서 앰네스티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 방송특보였던 구본홍씨의 YTN 신임 사장 임명에 항의하는 시위로 12명의 노조 언론인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6명의 언론인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위기” 서울대교수 100명 오늘 시국선언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2일 ‘시국모임’을 열고, 민주주의 회복 및 사회통합을 위한 범민주세력의 결집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여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이날 오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시민사회단체 제2차 시국모임’를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광범위한 민주주의의 후퇴 현상 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다.

한겨레는 “시국회의에 참여한 단체 대표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중대한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이학영 한국기독교청년회(YMCA) 사무총장은 “과거 군사정권에서나 쓰던 ‘민주주의 회복’을 21세기에도 말하려고 하니 창피하다”며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의사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과거 군사정권보다 더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이들은 정부에 △미디어 악법 철회 △4대강 개발사업 중단 △검찰 개혁 △서울시청 앞 광장 개방 등 가시적 조처를 할 것을 요구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은 검·경을 앞세운 강압 통치였다”며 “근본적인 국정 운영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당장 눈앞에 펼쳐진 문제인 미디어 악법 철회 등 네 가지 사안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들은 범민주세력의 결집을 제안했다. ‘민주회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시국모임’을 전국 각 지역과 부문에서 열고, 민주회복 등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 시민·사회단체, 사회 원로, 종교계 등과 함께 역량을 모아 국민의 힘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10일 열릴 ‘6월항쟁 계승과 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가칭)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대 교수 100여명은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일동’ 이름으로 3일 시국 선언문을 내기로 했다. 선언문에는 ‘민주주의가 위기 상황에 처했으며,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날 연세대 교수들 일부도 별도의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 “‘100분 토론’ 조작” 연일 맹공

동아일보는 2일에 이어 3일에도 MBC 〈100분 토론〉이 시청자 의견까지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일부 보수단체와 보수언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동아는 이날 사설에서 “‘100분 토론’은 지난달 28일에도 시청자 의견 방송을 조사한 결과 10여 건이 원문과 꼭 같지 않게 방송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게시판과 댓글에는 아예 없는 내용을 날조해 시청자 의견이라고 한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MBC는 지난해 ‘PD수첩’에서 광우병관련 왜곡방송으로 국민을 오도하더니 반성은커녕 토론 프로그램에서까지 시청자 의견을 변조하거나 작문(作文)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 6월 (촛불시위 관련 100분 토론) 출연 때 방송 구성안이 조작돼 있기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라는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의 주장을 전하며 “MBC는 누구를 위해 공정성과 사실 보도라는 방송의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정파성(政派性)과 편파성에 매몰돼 ‘국민의 전파(電波)’를 멋대로 오용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