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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 이후 정국(政局)이 급랭하였다. 이번 사태의 원인제공자인 청와대와 그 하수인인 검찰은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쉽사리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나 관계자 문책, 민심수습 전면개각 등의 가시적인 조치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존재 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릴 수 없었을 것이니 애초부터 기대난망의 일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미디어법이다. 정부 여당으로서는 6월을 넘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차제에 밀어붙여 끝장을 보겠다’는 투기적 모험주의에 사로잡힐 만하다. 벌써 수구 논객들의 부추김이 쇄도하고 있다. 조중동은 집권세력이 과연 이 국면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북핵 문제와 서해상의 위기를 앞세우고 화합을 유난히 강조하는 그들의 저의는 정부 여당이 미디어법을 강행할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공공연하게 드러난 대로 한나라당이 발의해 놓은 미디어법의 핵심은 신문과 대기업에 보도채널을 허용하는 데 있다. 즉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 채널 등에 신문과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수구 신문의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고 언론을 금력에 종속시키는 일이다. 이로써 권력은 정권 창출에 대해 보상하고 장기 집권의 기반을 보장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일부 신문의 극악한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편파성이 방송으로 확산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PD연합회 등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현업인과 학자들에게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과 신문의 보도전문 채널 진출에 대한 반대가 드높다. 또 일반인을 상대로 한 한겨레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언론 관계법 개정에 대한 반대가 61.3%, 찬성은 25.3%로 나타났다. 정권은 이 같은 여론을 엄숙히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 갈수록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있는 미디어위원회부터 광정(匡正)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미디어법은 이 정권의 가장 날카로운 부메랑이 될 것이다. 5공화국 헌법을 지키려다 졸지에 몰락한 전두환 정권의 교훈이 오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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