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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한 사람이 자리를 물러났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이다. MB 정권 들어 문화예술계에서는 문광부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임기를 남기고 사퇴한데 이어 황 총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더 결정인 사례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들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씨도 최근 민간부문인 제주 세계 델픽대회 조직위원장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리를 물러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퇴진한 까닭은 배임, 공금횡령, 성실의무 위반 등 명목적으로는 감사 등 공식적인 절차에서 일정한 하자가 드러난 때문이라고 한다. 엄정한 원칙주의로 말하자면 그러한 빌미조차도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욱이 정권이 바뀌는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좀더 엄정한 자기관리가 필요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늑대가 양을 잡아먹자고 하면 사실상 명분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오래된 우화는 말해주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이 정권은 임기제, 합의제 등 법정신을 무시하고 마구 칼을 휘두른다. 그렇게 해서 지지세력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고 인적 기반을 강화한다. 이들은 현 정권에 반대하고 비판하는 세력의 근원을 말살한다. 연좌제와 승자독식주의가 근저에 있다. 그 극단의 자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권이 황지우 총장을 갖은 수단으로 몰아내려 하고 있던 당시 이미 사법부의 독립성을 현저히 침해했던 신영철 대법관은 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 자리를 묵수(墨守)하고 있었다. 책임을 지고 마땅히 사퇴했어야 할 그는 때마침 삼성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선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다. 버티기가 주는 해악의 극치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인촌 장관, 이동관 대변인 등 현 정권 들어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운이 좋아 당장의 위기를 어떻게 모면했는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은 잊지 않고 이 모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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