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내게시판 ‘시국선언문’ 삭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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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위, '정치편향' 삭제조치 … "반민주적·폐쇄적 게시물 관리" 반발

KBS가 사내게시판 코비스에 올라온 서울대와 중앙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을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내 전자게시관리위원회는 시국선언문이 ‘정치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삭제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교수 124명은 지난 3일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정부의 사죄와 집회·결사 및 언론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중앙대 교수 68명도 같은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KBS 뉴미디어개발팀의 신 모 사원은 3일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전문을 사내게시판에 올렸고, 이 게시물은 이튿날 오전 삭제됐다. 전자게시관리위원회는 신 모사원의 이메일로 “서울대 및 중앙대 교수 시국선언문이 관리지침 3조 3항에 의거한 심의결과 삭제됐다”고 통보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이에 신 모 사원은 “삭제 조치에 불응한다”며 재차 시국선언문을 게시판에 올렸고, 이 글 또한 같은 내용이라는 이유로 곧바로 삭제됐다. 위원회가 근거로 제시한 관리지침 3조 3항에는 △보안관련규정에 위배되는 내용 △공사의 이익을 저해하거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하는 내용 △과도한 종교활동 및 정치편향적인 내용 등을 게시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신 모 사원은 이날 오후 코비스에 ‘폐쇄적이고 수구적인 게시관리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반박글을 올려 “사회의 지성인인 교수들이 객관적으로 작성한 시국선언을 정치편향이라고 해석하는 관리위원들의 생각이 오히려 편향되고 주관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대와 중앙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은 이미 공표된 사실이고, 여기에 어떠한 개인의사도 밝히지 않았는데 게시물을 삭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신 모 사원은 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은 민주주의를 위한 방향을 적시했고, 미디어관련법의 처리방향을 분명히 한 선언문으로 KBS 직원들이 알아야 할 정보라고 판단했다”며 “이런 글이 삭제되는 KBS 조직문화는 희망이 없다. 일부 KBS인들이 반민주적 수구 기득권 문화에 길들여 살고 있음을 개탄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KBS 전자게시관리지침에 따르면 사내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해 1인 이상 이의를 제기하면 전자게시관리위원회를 소집해 삭제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임기 1년의 위원회는 각 본부 또는 센터 내 선임팀장이 추천한 선임팀원급 이상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신 모 사원은 사내 게시판을 관리하는 IT 개발운영팀에 위원회 명단과 이의를 제기한 사원의 신상공개를 요구했지만, 운영팀은 “공정한 심의를 위해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대신 IT 개발운영팀 관계자는 “위원회 10명 중 7명이 의견을 냈고, 5명이 해당 게시물 삭제에 동의해 게시물을 내렸다”고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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