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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연미(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지난 5일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측 위원들의 일방적인 회의 진행으로 끝내 미디어위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던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야 말았다.

오전 10시 경 국회 101호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만이 참석한 채, 그들만의 미디어위 회의가 개최되었다. 김우룡 공동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회의라기보다는 거의 야당 추천위원 성토대회 수준이었다. 언론관련 법을 함께 논의해오던 민주당 측 위원들을 서로 깎아 내리기 급급한 모습에서 그간 미디어위가 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난항을 겪어왔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오전에 50분간 진행된 회의는 이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3당 간사 회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오후에 다시 전체회의를 속개하자며 정회를 선언했고 2시 30분 경 다시 회의가 진행됐다.

일방적 강행과 결정, 그들만의 리그

▲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강상현 연세대 교수,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사진 왼쪽부터)
한편, 이날 오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측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사실을 알고 격분한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측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6월 5일 오후 국회 문방위 3당 간사들의 논의결과에 따라 전체회의를 비롯하여 향후 일정이 추진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우리는 야당 측 위원들을 배제한 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미디어위원들만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강행한데에 황당함과 분노를 감출 수가 없다. 또한 미디어위가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여론수렴과 실태조사, 지역공청회 등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전면 배제한 일정을 확정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한나라당 추천위원들 간의 논의는 원천 무효이며, 이명박 정부의 일방주의가 미디어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듯해 지극히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대해 한나라 당 등 추천위원들은 매주 금요일에 정기 전체회의를 실시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고 주장하며 이날 회의를 정기 전체회의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측 위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측은 지난달 29일 금요일에도 전체회의가 개최되지 않은 바, 운영소위를 먼저 개최해 노 대통령 서거로 인해 순연된 활동 기간을 정리하고 여론조사 및 실태조사, 지역공청회, 전체회의 일정 등 미디어위 운영과 관련된 로드맵을 그린 후, 전체회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므로 이날 전체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5일 회의 파행, 그 원인은

사건의 경과는 이러하다. 회의 전날인 4일 오후 한나라당 측 미디어위 간사가 민주당 측 간사에게 5일 오전 전체회의를 제안하였으나 민주당 측은 국회 문방위 간사 회의 결과에 따라 미디어위 일정이 조율될 수 있으니, 그 결과에 따라 전체회의 및 여론조사 및 실태조사, 지역공청회 등 로드맵을 운영소위에서 확정한 후, 다음 논의를 진행하자며 5일 전체회의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4일 밤 11시경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측 추천위원 11명의 명의로 5일 오전 10시 전체회의 개최를 요청한다는 메일이 국회사무처를 통해 민주당 측 위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민주당 측 간사인 이창현 위원은 회신 메일을 통해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이 이를 반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측 의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5일 오전 10시에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위원만 참석한 회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강상현 공동위원장 등 대부분의 민주당 위원들은 전체회의 개최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고, 연락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황당한 일을 당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합의조자 되지 않은 전체회의를 머릿수로 밀어붙여 진행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법안 논의보다 보고서 교정 교열 바인딩이 더 중요하다?

어쨌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위원만이 참석한 회의는 5일 2시 35분 경 김우룡 위원장의 진행으로 속개됐다. 그렇다면, 회의의 결과는 얼마나 긴급하고 생산적이었을까? 최홍재 위원이 이날 개최된 문방위 3당 간사회의 결과, 문방위로부터 ‘미디어위 일정 변경’의 건을 통보 받았음을 알리고 그 내용을 보고했다. 대략 미디어위 활동시한이 6월 15일로 예정되었으나 최종 보고서 작성 등을 위해 25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위원들은 일정 변경 사유가 최종 보고서 작성을 위한 것인 만큼 교열, 교정, 수정, 제작관련 문제로 연장된 것으로 간주, 6월 15일을 미디어위의 최종 활동시한으로 하고 10일간은 보고서 제작의 기술적 기간으로 합의했다.

또한 차기회의인 12일 전체회의는 가급적 워크숍을 개최하여 최종적인 법안 심사를 마무리 짓기로 하였다. 그간 법안에 대한 여야 추천 위원 간 견해차가 컸는데 그 격차를 어떻게 조율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일정 등의 이유로 인해 더 이상의 지역 공청회, 여론조사 및 실태조사 여부 등 운영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기로 하는 것만 결정지었다. 미디어위의 연장된 활동 일정을 법안에 대한 논의와 국민의 여론을 듣는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보고서의 교정과 교열, 바인딩 등에 사용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더 이상 합의는 기대할 수 없어

머릿수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위원들이 일방적인 회의 개최에 이어 일방적인 법안 심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분명 만행이고 횡포이다. 부산과 광주지역 등에서 지역공청회를 파행으로 이끌고 이제는 보고서의 교정과 바인딩을 위해 아예 지역공청회 확대나 여론조사 및 실태조사 등에 대한 논의는 배제되었다. 

국민들은 언론관련 법의 바람직한 논의 결과만 나온다면 최종 보고서의 오타 한 두 개 쯤은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다. 하물며 그깟 바인딩이야 뭐 어떠리. 언론관련 법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기대로 인해 연장된 일정을 예정된 지역공청회조차 무시한 채 자신들 마음대로 교정과 바인딩에 쓰겠다고 결정하다니 야당 측 위원들 말대로 한나라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지역을 무시하고, 야당을 무시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준 것이다.

더 이상 미디어위의 논의에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 더 이상 여당 측 위원들과의 소통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 이상 미디어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부 위원들을 상대로 더 이상 언론관련 법을 논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제는 더 큰 테이블에서 국민들과 함께 공론의 장을 만들어 언론관련 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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