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 보도’ 개선, 방송사 더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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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보도원칙 개선 논의 박차…방송3사는 선언적 문제제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정부·검찰 및 언론 책임론이 비등한 가운데, 검찰의 브리핑 제도와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쓰는 언론 보도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향신문 등 일부 신문사는 수사 보도 시 ‘무죄추정’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하는 등 보도원칙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움직임은 더디다.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기구는 찾아볼 수 없고, 일부 선언적인 문제제기만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보도와 관련해 내부 책임자 문책 요구가 잇따르는 등 내홍을 겪고 있는 KBS 보도국은 이와 관련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성원 KBS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이번 건을 계기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검찰 수사 발표 ‘받아쓰기’에 대해 다시 한 번 문제가 제기됐고,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와 대안 마련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 ⓒPD저널
KBS의 경우 보도준칙이나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이미 ‘검찰 등 공공기관의 공표 내용을 일방적으로 옮겨 쓰는 데 주의를 요망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성원 실장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공방위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 “독립된 별도 기구가 필요한지, 공방위 기능을 더 강화해야 되는지 자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MBC 역시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기구 등은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 다만 차경호 보도국장은 “검찰 기자실 차원에서 각 사가 논의해봐야 될 부분이 아니겠나”라며 “법조팀 기자들에게 기자실 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차 국장은 “속보 경쟁으로 인해 검찰 브리핑보다 앞서 나가는 문제라든지, 브리핑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나 ‘무죄추정’의 원칙과 맞지 않는 점도 있다”면서 “나름대로 원칙을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SBS의 경우도 이번 건과 관련해 특별히 내부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진 않다. 최금락 보도국장은 “이번 건뿐 아니라 어떤 보도든 1일 단위로 내부 심의가 있어 일상적으로 점검하고 있고, 한 달에 한 번 시청자위원회를 통해 외부에서 문제제기도 하고 있다”면서 “일상적으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책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이번 건으로 논의하고 있는 건 없다”고 밝혔다. 양만희 SBS 노조 공정방송실천위원장 역시 “아직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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