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문’ 기자들의 이메일을 뒤진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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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난히 개인 ‘사생활’에 관심 많은 문화일보

사실 검찰의 〈PD수첩〉 수사결과 발표에서 새로운 내용은 없다. 〈PD수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압박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고, 검찰 수사결과 또한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검찰 수사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계속 제기됐지만, 수사결과에서 보듯 검찰은 이 주장을 완전히 무시했다.

어차피 최종 결론은 법원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첨예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이고, 이 과정 자체가 한국 언론사에 유의미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검찰 수사결과를 마치 확정판결이 난 것처럼 보도한 일부 언론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사결과에 대한 찬반논란이 분명히 있음에도 검찰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언론이 과연 제대로 된 언론일까. 명심하자. 언론의 역할은 감시와 견제라는 사실을.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문화일보의 ‘몰이해’ 

▲ 문화일보 6월18일자 1면.
18일자 문화일보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PD수첩 작가, 現정권에 적개심”〉이란 제목을 1면에 ‘떡 하니’ 뽑아 놓은 그 ‘정신세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건, 사건과 관계없는 사적인 이메일을 검찰이 공적인 자리에서 공개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대체 이건 뭥미? 문화일보는 신정아 누드 사진 게재로 충격을 주더니 이젠 사적인 이메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 1면에 올리면서 또 한번 충격을 준다. 누드사진과 이메일. 이 둘은 가능한 사적인 공간에서 외부로 유출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언론에 의해 여과 없이 공개가 됐다. 검찰도 검찰이지만 문화일보도 참 …. 사람의 사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공적인 사안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싶다.

개인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는 문화일보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오늘자(19일)동아와 조선일보는 마치 교감이라도 한 듯 일제히 <PD수첩> 작가 이메일의 구체적 내용을 기사와 사설 제목으로 뽑았다. 사적인 이메일을 공개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까지는 아니지만 논란 정도로는 다루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한 나를 스스로 책망했다. 논란 정도로도  다루지 않는 이들 신문을 보면서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다. 조중동이 아니라 ‘조동문’이라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 동아일보 6월19일자 사설.
잠깐 이들 신문의 ‘몰상식한’ 행태를 감상해보자.

〈“PD수첩 작가, 現정권에 적개심”〉 (문화일보 6월18일 1면)
<광우병 PD수첩, 정권의 생명줄 끊으려 했다니> (동아일보 6월19일 사설)
<100일된 정권 생명줄 끊어놓고 …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 하늘 찔러> (조선일보 6월19일 1면)
<PD수첩 작가 “MB에 대한 적개심으로 광적으로 했다”> (조선일보 6월19일 사설)

‘정치적 반대자’의 사생활은 침해해도 괜찮다? 부메랑 될 것

왜 이들이 몰상식한가. 적어도 다른 언론은 ‘조동문’처럼 이메일 내용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를 통해 이메일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는 따위의 짓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에 대한 <PD수첩> 제작진의 반론을 최소한이나마 반영은 했다. 하지만 ‘조동문’의 경우 그런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다. 몰상식이다.

▲ 조선일보 6월19일자 1면.
“다른 논란은 그만두더라도 공권력이 수사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개인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이렇게 쉽게 침해해도 되느냐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18일 MBC 〈뉴스데스크〉) 거라는 정도의 비판은 <PD수첩>에 대한 찬반입장을 떠나 언론으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다. 명심하자. ‘정치적 반대자’의 사생활과 사상의 자유를 무참히 밟아버려도 좋다는 식의 언론보도는 언젠가는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다는 사실을. 그런 점에서 지금 ‘조동문’은 자기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잠깐 하면, 검찰의 〈PD수첩〉 수사결과 발표를 보고 가장 먼저 결정한 일이 국내 포털사의 메일을 이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작가의 이메일 7년치를 뒤진 검찰인데 누군들 대상을 가리겠는가. 내 사생활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까발려지는’ 일은 모욕적이고 괴로운 일이다. 그런데 ‘모욕적이고 괴로운’ 일이 2009년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몰상식한’ 언론의 확대재생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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