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경영진 사퇴? 어처구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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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임원회의에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강하게 비판

검찰의 〈PD수첩〉 제작진 기소를 계기로 MBC ‘흔들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그동안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엄기영 MBC 사장이 검찰의 〈PD수첩〉 수사와 자신을 향한 사퇴 압력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을 쏟아냈다.

엄기영 사장은 22일 오전 열린 임원회의에서 〈PD수첩〉 수사를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하고,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의 사죄와 사퇴를 거론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엄기영 MBC 사장 ⓒMBC
엄 사장은 “〈PD수첩〉 사건의 요체는 명예훼손 여부인데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PD수첩〉 기소와 관련 “외국에선 경영진이 사죄하고 총 사퇴해야 하는 일”이라며 퇴진을 압박한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이 언론사 사장의 퇴진을 어떻게 말하나”라고 비판하며 “진퇴 여부는 내가 결정한다”고 밝혔다.

엄 사장은 이어 “임직원들은 흔들리지 말고 시청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MBC를 만들기 위해 뚜벅뚜벅 나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기영 사장이 〈PD수첩〉 수사와 정권 차원의 압력을 이처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엄 사장은 〈PD수첩〉 사건과 관련해 지난 1년간 공식적인 발언을 꺼렸고, 지난 3월 이춘근 PD가 체포됐을 때에도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수준의 입장만을 밝혀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대변인을 직접 겨냥, “부적절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하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MBC를 둘러싼 정권 차원의 압력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엄 사장이 “진퇴 여부는 내가 결정한다”고 밝힌 만큼,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를 앞두고 청와대와 검찰, 조·중·동을 중심으로 본격화 된 ‘MBC 흔들기’와 사퇴 압박을 어떻게 견뎌낼지도 주목된다.

한편,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 19일 〈PD수첩〉 제작진 기소와 관련해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면 경영진이 사죄하고 총 사퇴해야 하는 것”이라며 “작은 오보도 사죄하는데 사회적 혼란 일으킨 편파 왜곡방송 했다는 사실 드러났는데 언론탄압, 정치수사 얘기 나오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고 말해 ‘신 보도지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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