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깐깐한 사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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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⑭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DJ 최화정

왠지 모르게 깐깐할 것 같다. 결코 쉬워 보이는 인상은 아니다. 그런데 그 어떤 매체보다 ‘편안함’을 필요로 하는 라디오를 벌써 14년째 진행하고 있다. 방송은 이미 4500회를 훌쩍 넘겼다. SBS 파워 FM 〈최화정의 파워타임〉(월~일 낮 12시, 이하 ‘최파타’) DJ 최화정이다.

“안녕하세요~최화정이예요”. 특유의 콧소리와 하이톤은 나른한 오후 시간대 청취자들에게 힘을 주는 데 최적이다. 듣는 이의 기분까지 좋게 만드는 그의 목소리는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보는 ‘개인기’가 된 지 오래다.

▲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SBS
가장 트렌디한 시간대로 불리는 낮 12시대. 40대 후반의 DJ가 이처럼 오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게스트들과의 나이 차이도 벌어지게 마련. 스스로도 “예전 같으면 낮 12시대 이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 DJ를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최화정은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조건들을 단칼에 정리해 버린다.

“연하를 만난다고 앞머리 자르고 미니스커트 입고, 반대로 연상을 만난다고 니트를 입는 것은 아니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억지로 누군가에 맞추기보다 ‘나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14년 동안 그가 꾸준히 낮 12시대 DJ 자리를 지킨 비결이다. 그는 일부러 최신 유행을 공부하는 식의 인위적 노력을 하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쁜 척 하는 방송”을 싫어하고, “구두 예쁘게 신으세요” 같은 남세스러운 멘트도 못하지만, 솔직함과 편안함을 무기로 청취자들에게 다가간다. 호기심 많고, 선입견 없는 평소 성격은 게스트와의 거리를 줄여주는 데 더없이 좋게 작용한다.

“예전에 윤여정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너 자신이 되는 것이 가장 예쁘다’. 제가 전지현보다 예쁘지는 않지만, 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거잖아요. 저답게 하려고 하는 것, 그게 경쟁력인 것 같아요.” 

다른 방송에서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끌어내려면 게스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필수다. 물론 이는 DJ의 몫. 최화정은 ‘온에어’ 불이 켜지지 않을 때도 놓치지 않는다. 노래가 나가거나 광고가 흐를 때도 게스트와의 수다는 계속 되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다른 그녀를 보며 게스트들은 이내 긴장을 풀어버린다. 특히 ‘욕’ 한 번 툭 내뱉으면 바로 무장해제다.

“예쁜 말, 바른 말만 할 것 같지만 제가 욕을 좀 잘해요(웃음). 그러면 굉장히 많이들 풀어지더라고요. 노래가 나가는 동안 이성 친구 얘기를 물어보기도 하고, 불편해서 잘 물어보지 못하는 스캔들도 전 그냥 편하게 물어봐요. 그게 14년 동안 라디오를 하면서 쌓인 노하우인 것 같아요. 나중에 꼭 연락한다며 전화번호를 알아가는 아이돌 그룹도 많답니다.”

▲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DJ 최화정
매일 같은 시간대, 일주일에 4번의 생방송을 소화하는 일이 힘들 때는 없었을까. 물론 나오기 싫을 때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라디오가 나를 살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늘 ‘생각’으로 그치고 만다. 라디오를 결코 2순위로 놓아본 적도 없다. 매일 하는 방송이지만, 매일이 새롭다.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똑같은 작품을 공연해도 관객 분위기나 그날 상태에 따라 매번 진짜 다르거든요. 라디오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은 매일 똑같은 걸 똑같은 시간에 하는 것이 지겹지 않느냐고 하지만, 저는 매번 ‘다른’ 방송을 하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12시 시그널이 울리면 그날에 맞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청취자 여러분들도 제 방송을 들으시는 거겠죠.”

SBS 라디오가 개국한 1996년부터 지금까지 14년을 쭉 〈최파타〉를 진행해온 그는 예전엔 미처 몰랐지만, 지금은 청취자들이 원해야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도.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는 그는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DJ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DJ로서의 욕심은 크지 않다. 그저 〈최파타〉를 듣는 두 시간 동안 청취자들의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제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바로 그거예요. 다른 콘셉트도 갖고 싶지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기분 좋은 방송인 것 같아요. 힘들 때 제 방송을 들으면 힘이 난다든지 기분이 좋아진다든지 하는 그 정도면 전 만족합니다. 〈최파타〉를 들으면서 청취자들이 ‘아~기분 되게 좋다’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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