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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의 영화이야기]

“마이클 잭슨이 죽었대.”

아침에 출근했더니 선배가 건넨 첫마디. 응? 죽어? 누가? 마이클 잭슨이?

▲ 영화 〈문워커〉 (Moonwalker, 1988)
한 순간 이 모든 의문이 조합되지 않는 상태로 산만하게 공중을 떠다닌다. 또 죽었다고? 누가? 마이클 잭슨이? 그럴 리가 없다. 악당들이 화기포로 공격했을 때도 매끈한 방탄차로 변해 끄떡없이 탈출했던 마이클인데 이렇게 갑자기 죽을 리가 없다. 영화와 현실과 개인적인 바람이 한데 섞이면서 견고한 믿음으로 굳어진다. 하지만 마이클은 죽었다.

마이클 잭슨은 팝음악의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음악 역사에서도 가장 최초이자 가장 최고의 완벽한 팝을 들려주었던 사람이다. ‘Billie jean’ ‘Thriller’ ‘Beat it’ 이 노래들을 텔레비전에서 뮤직비디오로 봤을 때는-물론 어렸을 때는 이 대단한 곡들이 한 앨범에 실려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지만-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슬림한 몸매에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외국 가수가 나와 다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데 캬~ 이건 뭐 날렵하기가 한 마리 물방개 같은 거다. 다리를 기억자로 들어 올려 허공에서 한 번 흔들어 준 후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탁! 치고는 방향을 바꿔 절도 있게 다리를 벌리고 서는 그 동작을 한 번 하면 보는 사람 가슴은 콩닥콩닥 어찌나 뛰던지(Beat it).

그뿐인가. 공동묘지에서 걸어 나온 좀비들과 같이 지그재그 춤을 추던 좀비 마이클(Thriller)은 또 어땠고. 그러고 보면 마이클 잭슨은 안무의 독특함뿐만 아니라 열 명에서 열다섯 명 정도 되는 백댄서들과 함께 군무를 추는 화면 구성으로도 상당히 선구자였다. ‘꺄꺄꺄’거리던 좀비의 웃음소리하며 늑대의 울음소리, ‘꺄오~’하는 마이클의 고음까지 모두 듣고 볼 수 있었던 뮤직 비디오. 거기에 무엇보다 전 세계 어린이들을 뒤로 걷게 만들었던 Billie jean의 문워크(moonwalk)를 보면 요즘처럼 바퀴가 달린 신발을 신은 것도 아니었을텐데 어쩜 발을 바닥에 붙이고 저렇게 부드럽게 뒤로 잘 가는지. 아마 요새 같았으면 〈스타킹〉에 나왔어도 왕중왕이 됐을거다.

〈영화 이야기〉라는 제목의 지면에 이렇게 팝 이야기만 잔뜩 적고 있는 것은 물론 마이클 잭슨에 대한 마음이 각별해졌기 때문이다. 특별히 그의 추종자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80-90년대를 지나온 사람들 중에 그의 음악의 은혜를 피할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Thriller〉 앨범이 1억장 이상 팔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을 때 이미 마이클 잭슨은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할 곳에 발자국을 남겼다. 이후 두 번의 결혼과 이혼, 잦은 성형수술, 어린이 성추행 혐의, 아이 학대 의심……. 숱한 루머를 뿌리며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그는 영원한 팝의 황제였으며 황제란 결코 두 사람이 될 수 없는 존재를 의미했다.

▲ MBC FM <이주연의 영화음악> 진행자, 이주연 아나운서
이런 마이클의 모습을 영화로도 볼 수 있다. 물론 한 시간 반 분량 중 상당부분이 그의 공연과 뮤직 비디오로 채워져 있어 영화로서의 의미가 크지는 않지만 나름 당시로서는 신기술이었던 CG를 사용한 동물 캐릭터와 어린이를 등장시켜 판타지 장르로 구성한 재미있는 작품 〈문워커(Moonwalker)〉. 마이클 잭슨이 방탄차가 되는가 하면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얼굴이 열렸다가 닫히기도 하는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은사로 반짝이는 양말과 복숭아뼈 위로 올라오는 짧은 바지, 제복을 입고 경찰들과 함께 뛰는 그의 모습과 ‘Thriller'때의 그 빨간 아래 위 한 벌 짜리 옷도 다 볼 수 있다. 작품성을 따지기 전에 그의 젊은 모습과 그 음악들이 그리워 눈물 흘리며 말하게 될 거다.

잘 가요, 마이클. 그동안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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