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진의 언니가 간다]

MB정부는 국민이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준다며 한숨을 쉬고 그걸 본 국민들은 사람들이 촛불을 켜면 물대포나 쏴대고 용산에서 사람이나 죽이는데 무슨 진정성을 보냐며 도대체 어디부터 입을 대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가슴만 쾅쾅 치거나 애꿎은 소주만 팍팍 축낸다. MB와 그의 사람들, 그리고 그가 끝없이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화’와 ‘소통’은 갑갑한 아버지의 그것과 꼭 닮았다. 이른바 갑갑한 아버지 st, 그게 바로 ‘MB 스타일’이다.

갑갑한 아버지란 우리에게 대체 무엇인가. 갑갑한 아버지와는 일단 무슨 말도 통하지 않는다. 아버지 이건 저렇고요, 시끄러 아버지가 이렇다고 하잖아! 아버지 그건 이게 아니에요, 너 지금 아버지한테 반항하냐! 아버지 그건 이런 거예요…. 그냥 아버지 말 다 들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해서 보통 아버지와 자식은 대화가 단절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뭐라고 하든 예~ 예~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무슨 소리를 해도 그런가보다, 하면서 그러시거나 말거나 아예 소통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답답한 아버지의 가장 큰 무기는 보통 ‘우기기’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이를테면 촛불로 미운털이 박힌 이계덕 씨가 무려 선임 열다섯 명을 추행했다고 우리에게 그걸 믿으라고 한다. 군대를 안 갔다 와 봐서 몰라서 이러나, 하고 주변에 아무리 물어 봐도 죄다 코웃음을 치며 후임이 선임 열다섯 명을 건드렸다니 그게 말이 되냐는 게 모든 예비역들의 반응이지만 정부는 진지하게 이걸 믿으라고 윽박지른다. 시끄러 아버지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야! 하고. 대운하 안 한다니까, 그냥 4대 강 정비야! 대운하가 아니라니까! 아버지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야! 그러다 보면 아버지는 갑자기 뜨거운 정을 호소하면서 자신의 진솔한 속내를 보이려 하는 것이다. 어묵 꼬치를 손에 꼬옥 쥐고, 마치 그걸 갖고 놀 나이가 한참 지난 자식에게 갑자기 장난감을 사들고 오는 아버지처럼. 친아버지라면 애틋하기라도 하겠지만 그는 진짜 아버지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도 불쌍하지 않다. 그저 끝없이 짜증만 치밀 뿐이다.

이 상황에 덩달아 신나서 함께 맞장구를 치는 주변의 아저씨들은 아버지의 특권을 함께 누리고 싶은 장남처럼 보인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잖아! 무슨 코스프레 하는 애들처럼 신나게 군복을 차려입고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서 분향소를 파괴하고 죽은 사람 영정사진을 전리품처럼 치켜들고 마이크를 쥐는 아저씨(인지 할아버지인지 그 중간의 어디쯤 있는 것 같지만 잘 모르겠다)들도 신난 장남, 이미 연세 지긋한 노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투신 자살을 권유하는 김동길 교수 - 그도 개신교도라고 하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진심으로 증오하는 것이 틀림없다. 자살이 가장 큰 범죄라는 것은 어느 교회에서나 동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전도하듯 자살을 권유하는 것을 보아서는 - 라든가, 이런 사람들은 죄다 아버지 옆에서 덩달아 흥이 난 장남들 같다.

▲ 김현진/ 에세이스트
그러다 보니 얼마 전 생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뭐 대단히 잘한 것 없다 하더라도 집안 꼴 좀 일으켜 세워 보려고 애쓰다가 먼저 간 둘째 오라비 같이 괜히 더 애틋한 것이다. 아버지하고 큰오빠 하는 꼴이 미워서 더 아쉽고. 나나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애들? 집안의 구박덩어리에 힘도 하나도 없는 막내 꼴이지 뭐긴 뭐겠는가. 특히 효도 -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속세나 소득세를 거액으로 낼 만한 일 - 할 일도 없는 나 같은 딸년은 오직 구박 받으려고 이 집안에 붙어 있는 꼴이다. 일단, 이 집안 꼴 더 못 봐주겠다. 자, 대체 어떻게 해야 이 〈두사부일체〉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

* 필자의 요청으로 원고료는 기륭전자분회 투쟁 후원금으로 쓰입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