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취재기 KBS <일요스페셜> ‘현지르포, 두만강 사람들 99.11~2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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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슬픈 역사, ‘두만강변의 사람들’

|contsmark0| 두만강은 푸른 물에 춤추며 노래 소리에 맞춰 흐르는 강이 아닌 것 같다. 조선 민족의 운명을 싣고 설움과 슬픔을 함께 한 눈물의 강이다. 한 세기 동안 재난과 수난의 역사를 반복하며 민초들은 경제의 흐름에 따라 두만강을 오가며 삶을 지탱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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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필자가 두만강 사람들 취재계획을 세운 것은 99년 초 신동환 pd의 조언때문이었다. 두만강변 사람들은 평상시엔 스스럼없이 마음속을 터놓다가도 카메라를 보면 진실된 얘기를 감추어 버린다. 두만강 양안에 사는 북조선 사람이나 중국 조선족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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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국경을 비자 없이 불법으로 오가면서 밀수를 하며 살아가는 그들한테는 자신들을 숨기고자 하는 비밀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일도 여전히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상호 보호를 앞세운 의리심도 작용하리라 본다. 더구나 조선족들은 이중 성향을 갖고 있다. 그들의 속마음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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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취재를 하다보면 느낀 점이 조선족과 북조선 사람들은 그들만이 통하는 무엇인가가 있고 조선족들은 그들만의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한국인들과는 아직도 마음의 벽을 쌓고 산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법적으로 국경취재가 금지되어 있다. 두만강 취재시 조선족들이 편하게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형식을 앞세우는 것이 상책이다. 변경법을 모르는 농민이라 할지라도 카메라를 보면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 취재목적을 노출하거나 급급하게 서두루지 말고 오랜 시간을 두고 자주 만나 친구처럼 허물없는 친분관계를 맺을 수 있으면 좋다. 탈북자들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카메라에 담은 사람들의 절반은 오랫동안 만난 사람들이어서 현지 가이드 없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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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목숨을 건 필사의 탈출의 현장이 아닌 그들만이 오래도록 유지해온 평온한 삶의 현장을 관찰할 수 있었다. 현지인의 도움으로 강 건너 오가는 모습이나 북한병사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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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조금 부담스러웠던 점은 중국 변강부대의 눈을 피해가면서 하는 것이었다. 변강부대가 오거나 지나가면 한곳에서 오랫동안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조선 마을과 조선족 마을이 강을 사이에 두고 카메라에 그림으로 대비시킬 수 있는 마을은 대개 중국의 변강부대나 세관이 끼어 있고 그 외 외딴 촌락이나 도시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한눈에 안겨 오지 않는 부담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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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하지만 나의 마음을 기쁘게 했던 것은 카메라를 댈 때마다 북조선 모습이 나날이 좋아져 가는 것이었다. 아침저녁으로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집집마다 창문사이로 전기 불이 흘러 나왔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강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과 수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퍽 밝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만강을 오가다 목숨을 잃어 버려진 시체들을 6∼7구는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한 구밖에 보지 못했다. 그만치 도강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작아졌다는 암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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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두만강을 건너온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예전처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두만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밀수를 하거나 양쪽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사람 등 돈을 벌기 위해 오가는 양상을 띠고 있고 예전처럼 모험을 하지 않고, 북조선 병사들에게 뇌물을 주고 안전하게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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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두만강변에 사는 조선족들의 증언을 들어보아도 이제는 굶주림에 허덕이며 도망치는 탈북자들을 보기 힘들 정도라 한다. 중국쪽 변강부대의 단속을 보아도 탈북자 문제보다 밀수꾼들에 의한 마약밀매를 엄중히 한다고 한다.식량난민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밀수하러 나오는 탈북자들이 마약을 밀매해 중국공안당국을 긴장케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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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2000년 여름, 비디오 카메라에 잡힐 만치 두만강변의 북조선 양귀비재배밭이 많이 보였다. 식량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두만강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1950년대까지 조선 민족끼리 마약을 밀매하며 살았던 역사의 한이 되풀이되지 않는 두만강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카메라도 더 이상 그곳을 향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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