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미는 보고 리얼리티 논쟁은 피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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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막 내린 SBS 수목드라마 ‘시티홀’

SBS 수목드라마 <시티홀>이 지난주로 막을 내렸다. <온에어>의 신우철 PD, 김은숙 작가에 김선아, 차승원의 출연까지. 방영 전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던 <시티홀>은 비록 ‘화끈’하지는 않았지만 방영 내내 수목극 1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시티홀>이 인기를 끈 데는 ‘정치’를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도 한몫했다. 시청자들은 줄곧 트렌디드라마를 써온 김은숙 작가의 정치드라마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처음부터 “정치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는 소재일 뿐, <시티홀>은 멜로드라마 또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항변’했다.

▲ <시티홀> ⓒSBS
아무리 정치드라마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시티홀>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던 드라마였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의 전략은 영리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본격 정치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리얼리티에 대한 지적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리얼리티’의 잣대를 들이대면 2009년 대한민국에서 <시티홀>은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인가. 해고된 말단 공무원이 시장이 되고, 정치에 갓 입문한 40대 국회의원이 곧바로 대선후보로 직행하는 상황이라니. 상상하기 쉽지 않다. 대신 제작진은 ‘인주시’라는 판타지 공간을 무대로 한국 정치현실을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활용했다.

가령 국회의원이 된 조국(차승원)이 정화당 대변인으로서 첫 연설을 하는 장면을 보자. 그는 “국회는 닫혀있고, 국민들은 민생고로 허덕이는데 국회의원들은 당리당략만 앞세워 후퇴한 민주주의를 남겼습니다. 국민은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가 찍힐 정책을 원합니다. 이게 진정한 국회의 모습입니까?”라며 국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념적인 말들뿐이지만, 시청자들은 답답한 정치현실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에 통쾌해했다. 만약 <시티홀>이 본격 정치드라마였다면 이런 ‘낯간지러운’ 대사는 극의 흐름을 끊었을 수도 있다. 제작진은 이렇듯 ‘정치’라는 소재의 장점은 취하면서, 리얼리티에 대한 논쟁은 피해갔다.

▲ ⓒSBS
‘허무맹랑한’ 설정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연기 덕도 크다. 방영 내내 수많은 명대사가 화제가 된 것은 김은숙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승원은 지적이고 냉철하면서도 코믹하기까지 해야 하는 조국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그는 유세 장면에서 실제라고 해도 뒤지지 않을 만한 연설장면을 선보이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드라마에서 차승원은 장기인 코믹 연기와 함께 멜로 연기까지 소화해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선아는 흔히 코미디 연기에 능한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녀가 빛났던 장면은 진지한 표정을 보여줄 때였다. 자기 탓에 시청에서 해고된 친구를 미안한 눈으로 바라볼 때나, 인주시에 유해폐기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직을 내던질 때 김선아의 연기는 꽤나 인상적이었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조국의 약혼녀 ‘고고해’ 역의 윤세아와 ‘이 국장’ 이형철, ‘민주화’ 추상미, ‘정부미’ 정수영, ‘꽃보다 국장’ 3인방, ‘고부실 시장’ 등 조연들의 연기도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시티홀>의 등장인물 가운데 왜 ‘BB(빅 브라더)’만 최동규라는 ‘멀쩡한’ 이름을 갖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혹시 작가는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정치인이지만, 실제로는 정경유착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유독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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