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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김재영 < MBC 스페셜> PD

국가의 징세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강력한 권력기관의 자리가 둘 비었다. 한 자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결국 당사자의 죽음으로 끝을 맺음에 따라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검찰총장, 또 한 자리는 문제의 수사에 단초를 제공한 후 부패사건에 연루되어 도피한 국세청장이다. 검찰총장에는 흔들리는 정권을 아슬아슬하게 유지시키고 있는 공안담당 검사가, 국세청장에는 세무행정에는 문외한인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출신 학자가 임명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공직자에 대한 검증 보도 가운데 KBS의 탐사보도팀의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보도는 성과가 상당했다. 도덕성을 강조했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그들의 보도는 빛을 발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첫 조각 때 그들의 보도는 참 볼만했다.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선제적으로, 심층적으로 검증을 했고, 또 당사자들이 워낙 다채로운 투기 경력들을 가지고 있던 터라 대한민국 사회의 ‘투기의 결정판’을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결국 그런 보도로 인해 정도가 아주 심한 공직자 후보들이 낙마를 하면 탐사보도의 필요성을 일깨워줘서 시원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 경향신문 7월9일자 4면.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난 지금 공직자 재산 형성에 대한 심층보도가 스스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치적인 반대파에서 제기하면 뉴스가 만들어지는 정도. 공직자의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탐사보도가 이렇게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다 아는 이유는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공직자 재산 형성에 대한 탐사보도가 지상파 방송사 종사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위에서 직접적으로 못하게 할 수도 있고, 또 굳이 시키지도 않는데 나가지도 못할 보도를 제작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는 ‘한계 투기 체감의 법칙’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고위 공직자로 임명된 자들의 투기가 이제는 너무나 빈번해 웬만한 투기의혹은 이제 별로 ‘뉴스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뭐 그 정도 가지고 뉴스가 되겠어? 프로그램 거리가 되겠어?”라는 태도가 되겠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리의 재산형성 과정은 상업적으로도 좋은 탐사보도 거리이다. 고위 공직자 투기 의혹을 보도했던 즈음 KBS 뉴스의 시청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말초적으로 생각해도 남들이 땅을 어떻게 샀는지, 그 땅이 무슨 땅인지, 얼마를 벌었는지는 참 궁금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징세권을 독점하는 권력기관의 장이 필요하지 않은 아파트를 사고, 필요하지 않은 땅을 사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어도 그에 대한 탐사보도는 볼 수 없다. 30년 지기에게 100만 불을 혹은 그 이상을 받았다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호기 있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던 검찰의 새로운 장이 20억이 넘는 아파트를 살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에게 5억 원을 빌렸(?)어도 그에 대한 심층 보도는 볼 수가 없다. 

▲ 김재영 MBC 스페셜 PD

다른 엄청난 뉴스거리, 프로그램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지난 한 달간 징세권, 기소권을 독점한 권력기관의 새로운 장들의 부패의혹보다 더 알고 싶은 주제는 없었다. 무엇이 중요한가? 지금? 공직자의 재산형성과정을 감시하는 탐사저널리즘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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