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는 ‘반론’ 아니라 ‘반성문’ 써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반론] 런던=장정훈 통신원

런던 장정훈 통신원의 ‘G20 과잉진압 왜곡한 동아일보’라는 기사와 관련해 송평인 <동아일보> 파리특파원이 6월 24일자에 반론한 글에 대해 장정훈 통신원이 재반론을 보내왔습니다. 

동아일보 송평인 기자는 “영국엔 시위권이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인권과 시민자유〉라는 책을 소개했다. 지난 달 26일, 필자는 그 책의 저자 스티브 포스터 박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현재 코벤트리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한 신문기자가 당신이 쓴 책에서 ‘시위권은 잔여적이고(residual) 불확실한(insecure) 권리’라는 내용을 보았다고 하던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는 매우 명료하게 말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오늘날 영국은 인권법(Human Right Act 1998)으로 시민의 시위권을 보장하고 있다.”

영국 인권법 (Human Right Act 1998) 제 11조다.
“Freedom of assembly and association (집회와 결사의 자유): Everyone has the right to freedom of peaceful assembly and to freedom of association with others.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평화적인 집회를 열고, 회합을 가질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책을 구해 살펴보았다.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 505쪽에서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법정은 기본적인 권리인 집회에 대해 법이 ‘불필요한 규제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할 의무가 있다”. 책은 시종일관 (송평인 기자가 보았다는 내용과는 정 반대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 기본적 권리(Fundamental Right)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 지난 4월 1일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도중 영국 영란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인 시위대 주변에 있는 경찰의 모습.

영국 국민의 시위권은 국내법뿐 아니라 유럽인권법에 의해서도 보장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사실과 증거를 모조리 왜곡한 셈이다. “영국은 보통법의 나라고. 보통법이란 것은 법전이 있는 게 아니라 판례로 형성되는 관행의 모음집이다.” 영국은 선사시대 부족국가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인권법뿐 아니라 재산법, 부동산법, 가족법, 사회보장법, 노동법, 집회/시위에 대한 법 등등 수도 없이 많은 법이 있다. 영국을 그저 관행에 따라 살아가는 나라인 것처럼 말하는 건 왜곡과 다르지 않다. 필자가 G20 시위와 관련해 문제로 삼은 부분은 “곤봉에 맞아 깨진 폭력시위대의 머리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부분이었다. 영국의 어느 언론도 경찰의 곤봉에 머리가 깨진 사람들을 폭력시위대라고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신문이 경찰의 진압을 비판한 근거는 시위대의 권리가 아니라 시위와 관련 없이 현장을 오가던 시민의 권리였습니다”라는 반론은 더욱 심각한 오류다. 현장을 오가던 시민이 사망한 사건도 문제가 되었지만 더 크게 문제가 된 건 경찰이 시위대에게 행한 물리력이었기 때문이다. 텔레그라프와 더 타임즈에 실려 있는 동영상과 사진을 보자.

동영상: http://www.telegraph.co.uk/news/newstopics/politics/lawandorder/5181410/Head-of-IPCC-has-serious-concerns-over-police-supervision-at-G20.html

동영상: http://www.timesonline.co.uk/tol/news/uk/crime/article6122553.ece

동영상 설명: <At 4.50mins in to this clip an officer is clearly seen smacking a protestor across the head with his shield. At 7.49mins in an officer punches a protestor in the face.-4시 50분, 이 클립은 한 경찰이 방패로 시위대의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7시 49분 한 경찰이 시위대의 얼굴을 가격한다.>

더 타임즈 사진: http://www.timesonline.co.uk/tol/news/politics/G20/article5991937.ece 

▲ 런던=장정훈 통신원 / KBNe-UK 대표

영국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수많은 시위들, 특히 폭력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G20와 같은 대규모 집회가 원천봉쇄 되지 않는 이유는 폭력시위를 이유로 시위 자체를 막는 것은 (국민의 기본 권리를 박탈하는) 심각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경찰 불만 위원회(IPCC)는 G20 이후 시위대로 부터 185건에 달하는 불만을 접수받아 진압경찰에 대한 수사와 징계를 단행하고, “경찰은 국민의 종이지 주인이 아니다”는 준엄한 경고를 내렸다. 시위권에 대해 물리적 위협을 가한 경찰에게 법의 이름으로 벌을 준 것이다.

*스티브 포스터 교수의 〈인권과 시민자유〉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www.mylawchamber.co.uk/fosterhumanrights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