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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MBC스페셜〉 ‘노무현이라는 사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지난 1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치러졌다. 3만여 조문객들의 애도 속에 노 전 대통령은 영면에 들었다. 이와 함께 지난 50일여동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조문정국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MBC는 노 전 대통령 49재를 맞아 이날 저녁 〈MBC스페셜〉 ‘노무현이라는 사람’(연출 김현기)을 방송했다. 〈MBC스페셜〉은 노 전 대통령의 서재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부림사건 피해자, 고교동창, 전 주치의 등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을 재조명했다. 한번쯤은 보고 들었을 법한 익숙한 이야기였지만, 많은 시청자들(TNS미디어코리아 기준 수도권 시청률 11.1%)은 여전히 고인을 추억하고 추모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지난 10일 치러졌다. ⓒMBC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삶 전체가 드라마틱했다. 가난 때문에 상고에 진학했던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 판사를 거쳐 변호사가 된다. 바닷가 아파트를 구입할 정도로 “유능하고, 수입도 많고 성공한 변호사”였던 그는 부림사건 변호를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에 접어든다. 이를 계기로 정치에 입문하게 되고, 5공 청문회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된다.  

그러나 1990년 삼당합당에 반대하고 탈당하면서 고난은 시작된다. 14대 총선을 시작으로 부산 시장 선거, 15대 총선까지 줄줄이 낙선하고 98년 종로 보궐선거에서 간신히 당선의 기쁨을 맛보지만 그도 잠깐, 2000년 부산에서 도전한 16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다.

마침내 마지막 도전. 그는 당내 경선부터 후보 단일화까지 모든 예상을 뒤엎은 끝에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이어진 탄핵소추와 탄핵 반대 촛불집회. 어찌 보면 그의 삶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이는 퇴임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향에 내려간 뒤 오리농법과 “사저 방문객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만이 걱정의 전부였던 그에게 친인척과 측근들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로비 사건에 휘말리는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난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마지막 반전, 투신. 지난 5월 23일 새벽, 평소와 다름없는 옷차림과 걸음걸이로 지상에서의 마지막 산책을 나선 그는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차 싶었다”며 무릎을 치고, 권양숙 여사는 “그때 같이 못 따라 나간 것을 평생 후회”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떠났고, 서재 책상 위에는 책장을 덮지 못한 책과 안경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 'MBC스페셜'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서재. 마지막까지 읽던 책이 책장을 채 덮지 못한채 놓여 있다. ⓒMBC
지인들이 기억하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대통령 담배를 얻어가서 피우는 사람이 있었었을 정도로 권위의식이 없었던 대통령”이었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작은 허물도 크게 부끄러워 한 사람”으로 그를 돌아본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노짱’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패한 대통령’이었던 사람. 이처럼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고, 또한 완성된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의 염치조차 모르는 누군가를 볼 때 많은 이들이 ‘대통령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초선 의원 시절 첫 국회 연설에서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꿈꾼 세상을 배반한 셈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가 역시 꿈꾸었던 “우리 아이들이 정의가 승리한다고 믿는 세상”은 가능할까. 고인의 삶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에조차 “서거정국 재점화 시도”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있는 이상,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지켜져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남은 과제는 남겨진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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