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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스의 책읽기] (23) 도가니 (공지영, 2009)

▲ <도가니> (공지영, 창비, 2009)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읽는 내내 식은땀이 났다.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다 떠올렸다. 다 읽고 나서 담배를 물 수밖에 없었다. 무진시에 사업을 실패한 강 선생이 도착한다. 청각 장애인 학교에 임용된 그가 처음 만나는 학교의 행정실장은 작은 거 5장에 선생질 하게 해주는 게 어디냐며 거드름을 피운다.

이미 아내는 알고 있는 일. 그래도 이제 철들은 그는 특별한 말썽 없이 학교의 선생으로 있기를 원한다. 그나마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생각이란 그저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겠다는 다짐뿐이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교장과 행정실장, 그리고 몇몇 선생에게 아이들이 상습적으로 성폭행 당하는 ‘고요한’ 학교 기숙사의 모습이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일은 우리의 상식대로 처리된다.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아이들을 학교에서 격리시키며 선생들과 교장, 행정실장을 고발한다. 경찰에게 수사 의뢰를 한다. 시사 프로그램에 폭로한다. 명백한 사실이 있는데 왜 진실이 안 밝혀지겠는가?

모두는 알 것이다. 이 수사의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거기에 지금 이 사회의 모든 모순들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 아닐까? 시사 프로그램에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슈가 된다. 검찰은 수사를 개시한다. 교육청은 감사를 시작한다. 재판은 시작된다. 처음의 여론은 언제나 그렇듯 피해자와 검사들의 편이다. 그래도 재판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 안다.

‘그들’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없는 특별한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는 신도들을 선동하는 설교를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을 밝히려는 이들의 치부는 어떤 방법에서든 캐내어질 것이다. 교양 있고 지역사회에서 헌신적인데다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인데 그럴 리가 없고 이건 순전히 전교조와 빨갱이들에게 선동된 자들의 모함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대책위원회 선생들의 전교조 이력이 밝혀질 것이다. 선생들의 연애사가 게시판에 올라올 것이다. 같이 골프 치는 사이에 서로 멋쩍을 일을 만들 수가 없으니까. 교회에서 얼굴 붉힐 수 없으니까. 그리고 ‘투쟁’ 외치는 놈들은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러는 거니까. ‘그들’의 변호를 위해 막 퇴임한 고등법원장 정도의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변호사가 기용될 것이다.

▲ 헨드릭스/ 블로거
2005년 6월 벌어진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의 공판 결과 항소심에서 ‘그들’은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학교는 여전히 그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들과 ‘소통’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소통은 이런 것이기 때문이다. 화낼 것도 없다. 그들의 소통에 동조한 결과가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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