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재투표’·‘대리투표’ 논란…野 “원천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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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국회 “문제없다” 일축하며 표정관리…방통위, 시행령 개정 준비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 언론관계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과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계로부터 ‘재투표’와 ‘대리투표’ 논란이 나오고 있어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야당의 반발 속에 이날 오후 국회의장의 사회권을 넘겨받은 이윤성 부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신문법·방송법·IPTV법 등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그러나 언론관계법 개정 논란의 핵심인 방송법 개정안 관련 투표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사상 초유의 재투표가 이뤄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윤성 부의장은 오후 3시 55분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 오후 4시 투표 종료를 선언했으나 의결정족수 148명에 이르지 못하는 145명만이 투표에 참여해 사실상 법안 자체가 부결됐다. 그러나 이 부의장은 오후 4시 2분 “재석의원이 부족해 표결이 불성립하니 다시 투표해 달라”고 말했고 5분여 뒤 투표를 종료, 재석 153인 중 150표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현재 국회의원은 모두 294명으로 과반인 148명이 있어야 법안 유효가 성립한다”면서 “방송법 개정안 표결의 첫 참여는 145명으로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못해 원안 자체가 불성립하다”고 주장했다.

대리투표 논란도 나오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은 “하늘이 도와 방송법이 부결됐다. 그런데 한나라당 의원이 의결정족수가 안 되자 대리투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도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오늘 언론악법 날치기는 원천 무효”라면서 “재석 145석으로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음은 물론 명백히 불법인 대리투표였다”고 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사진, 영상 등을 통해 대리투표 의혹을 밝혀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나라 “국회법에 따른 표결처리, 문제 없다” 일축…“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반면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는 방송법 표결 과정에서의 논란과 대리투표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표결은 의결정족수가 돼야 유효한데 방송법 표결 시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표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이 경우 안건이 완성된 게 아닌 것으로 보고 (국회의장이) 재표결을 할 수 있도록 돼있다”고 주장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도 “국회법 109조에 보면 법안은 과반 이상의 의원이 출석해 과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가결된다. 방송법 첫 표결엔 재적의원 과반수에 못 미치는 의원이 재석을 했고 그렇기에 의장이 표결 종료를 선포했어도 표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게 된다. 국회법 해설에 따르면 의장의 표결 선포에 따라 표결을 실시했어도 재석 의원수가 의결 정족수에 달하지 못했을 때 해당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음을 선포, 재표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방송법 첫 표결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재석의원이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는 수에서 투표종료 버튼이 눌러져 표결로서 성립하지 못했다”며 “이에 다시 표결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국회 사무처의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방송법 재투표는 국회법에 규정된 일사부재의(의회에서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제출될 수 없음) 원칙을 위반한 것인 만큼 무효”라고 반박했다.

정세균·이강래 의원직 사퇴 의사 천명…방통위, 시행령 개정안 준비

또한 대리투표 논란과 관련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우리 의석수가 160이 넘는다. 대리투표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우리당 의원들이 민주당 등 야당에 의해 투표 방해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일축했다. “사진, 영상 등을 통해 대리투표가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엔 “그땐 그때가서…일부 (그랬음이) 드러나면 그때가서 법대로 처리를 하겠다. 그러나 그럴 이유가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일련의 논란 속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의원직 사퇴 의사를 천명했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또 다시 본회의장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표정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평온하게 (언론법을) 표결했어야 함에도 방해 폭력세력에 의해 국회가 난장판이 됐다. 폭력추방과 다수결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 국민에게 송구스런 모습을 보여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본회의 직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회가 미디어법을 통과시킨 것은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다행”이라고 밝혔다.

또 “여야의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여론 다양성 훼손 등 여러 우려 사항들을 충분히 보완하는 조치를 포함,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 민영미디어렙 도입 등 후속 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지상파 방송과 SO의 상호진입 △SO 및 승인대상 PP의 허가·승인 유효기간 △광고중단·허가유효 기간 단축 등의 명령기준과 절차 △신문구독률 산정기준 △미디어위원회 구성·운영 △시청점유율 제한(신문 구독률의 시청점유율 환산·제한위반 사업자에 대한 제재조치 내용 등이 시행령 개정안에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은 시행령안 마련 → 위원회 보고 → 관계부처 협의 및 입법예고(30일) → 위원회 의결 → 규개위 및 법제처 심사(30일) →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15일) → 대통령 재가 및 관보게재(10일) 등의 절차에 의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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