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의식 놓치지 않아 ‘착한 드라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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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 진혁 PD

오랜만이었다. 욕하지 않고 본 드라마가 ‘대박’ 시청률을 낸 것은. 지난 26일 올해 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47.1%(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극본 소현경, 연출 진혁) 얘기다.

<찬란한 유산>은 방영 내내 ‘착한 드라마’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복수,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이른바 ‘막장’ 코드는 없었다. 캔디 같은 여주인공이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성실하게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지지는 높아졌고, <아내의 유혹>, <꽃보다 남자> 등 소위 ‘막장 드라마’가 대세로 여겨지던 시점에서 ‘착한 드라마’의 존재 이유를 확실히 증명했다.

사실 <찬란한 유산>에도 ‘독한’ 설정은 있다. 이야기 전개의 큰 축을 이룬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 자폐아 동생의 실종, 새 어머니의 계략 등이다. 그러나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고자 했던” 제작진의 노력이 드라마를 ‘착하게’ 이끌었다.

▲ 진혁 SBS 드라마 PD ⓒPD저널
마지막 방송이 나간 다음날인 지난 27일 만난 진혁 PD는 “드라마를 통해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사는 게 각박해진 세상에서 메말라버린 마음을 적셔주는 소나기 같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 PD는 그러면서 “말이 되지 않는 설정이 나오면 ‘막장 드라마’가 되기 때문에 기획할 때부터 개연성에 무게를 뒀다”며 “처음부터 미리 계획을 짜놓고 시작했고, 돈과 가족의 얘기를 하고 싶다는 주제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개연성에 무게를 둬서일까. <찬란한 유산>에는 백성희(김미숙 분), 유승미(문채원 분) 등 ‘악역’ 역시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진 PD는 “성희나 승미를 욕하면서도 ‘만약 내가 저들의 처지라면 나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험금을 빼앗고, 자폐아 동생 역시 버린 새 어머니에게 여주인공이 복수하는 설정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흔히 보아온 드라마 공식이다. 그러나 <찬란한 유산>은 마지막까지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무리 복수를 하고 싶다고 해도 정말 그렇게 하진 못하잖아요. 백성희가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고평중을 죽이는 식의 극단으로 갈 수도 있었죠.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쉽게 죽일 순 없잖아요.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차가 가게 할 순 있지만 결국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는 게 보통 사람인 것 같아요. ‘유산’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현실성 있게 그렸습니다.”

<찬란한 유산>은 <조강지처클럽> 등 중장년층을 주 시청층으로 했던 SBS 주말 저녁 10시대 드라마의 색깔도 한층 ‘젊게’ 가져갔다. 진 PD는 “가족이란 포괄적 얘기를 하는 데는 두 세대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회에 막 발을 내딛어 설렘을 안고 있는 세대와 이미 많은 걸 겪은 세대와의 갈등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네 주인공. 탤런트 한효주, 배수빈, 이승기, 문채원(왼쪽부터) ⓒSBS
진 PD의 생각대로 <찬란한 유산>은 이승기, 한효주, 문채원, 배수빈 등 신인급의 젊은 연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젊은 배우들 덕분에 촬영 현장은 에너지가 넘쳤다. 특히 네 명의 젊은 배우 모두 <찬란한 유산>을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디테일 하나까지 고민하는 성실한” 이승기, “고은성이란 캐릭터와 너무 잘 맞아 떨어진” 한효주, “가능성을 많이 가진” 문채원, “생각을 많이 하는 배우” 배수빈 등 모두가 제 몫을 해냈다는 것이 진 PD의 평가다.

<찬란한 유산>은 진 PD 개인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선배들과 함께 <온에어>, <바람의 화원>을 연출한 이후, 사실상 혼자 연출을 맡은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SBS 드라마국에서 ‘입봉’(연출로 데뷔)한 PD 중 막내이기도 하다.

“막내가 너무 대박을 냈다”며 쑥스러운 듯 웃던 진 PD는 “첫 작품이 ‘대박’을 내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다양한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단, <찬란한 유산>처럼 “의미 있는 드라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분명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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