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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우리가 달려가 카메라며 녹음기를 들이댈 적에
|contsmark1|가늘게 숨 삼키며 온몸을 떨던
|contsmark2|작은 물고기들아 나무여 풀잎이여
|contsmark3|우리는 결코 그대들 영혼 훔치려 하지 않았다네
|contsmark4|주인공의 그늘에 어둡게 가려진 삼류(三流)여
|contsmark5|스스로 무너지는 법 없이 질기게 사랑을 기다리던
|contsmark6|다족류(多足類)라는 갑각류(甲殼類)라는 벌레들아
|contsmark7|지하철 바닥에서 축축한 잠을 청하며
|contsmark8|한사코 눈빛 나누기를 꺼리던 다정한 옛 이웃들아
|contsmark9|맹세처럼 잊지 않고 우리 그대들 껴안고자 했거니
|contsmark10|제 자신의 아픔으로만 각광받는 길거리 가수(歌手)여 선포하노니 부디
|contsmark11|새해 새 달 아래서도 안녕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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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구애하는 몸짓은 아름답다 사랑을
|contsmark17|지키려는 의지는 더 숭고하다
|contsmark18|잃어버린 사랑을 사랑하는 높고 외롭고 쓸쓸한
|contsmark19|텅 빈 짝사랑은 더욱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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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눈 덮인 사시나무여 도토리나무 열매여
|contsmark25|지리산 언 땅 어디 제 가슴에 반달을 품고서
|contsmark26|아직도 귓속 수선스런 꿈으로 동면에 들어있을
|contsmark27|참 미련하게도 살아 남아 고마운 반달가슴곰이여
|contsmark28|부황(浮黃)으로 누렇게 떠있던 북녘 산하여
|contsmark29|남북이 만나서 나눠먹느라 희생됐던 초근목피여
|contsmark30|그리고 이제 기억에도 아스라한 이름들아
|contsmark31|그대들 만나고
|contsmark32|녹음기며 카메라를 비추고 돌아서던 그 밤들마다
|contsmark33|우리들의 얕은 잠 또한 밤새 뒤숭숭했거니
|contsmark34|우리가 거기 그 자리에 두고 온 것도
|contsmark35|구애의 몸짓이며 잃어버린 이름 굳게 지켜내자던
|contsmark36|비록 작으나 흔들림 없는 사랑뿐이었다네
|contsmark37|하여 그대들이여 선포하노니 부디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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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6|이병천 pd는 전주mbc 라디오 pd로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와 1982년 경향신문 소설 에 당선됐다. 소설집으로 <사냥> <모래내 모래톱>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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