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계에서] 박봉남 독립PD

집에 있는 작은 어항, 물고기가 한 마리 죽었다. 어차피 신경쓰지 않았던 목숨인데 그렇게 무심하게 밖에 내다 버린다. 아파트 베란다 9층에서 그 아래 어디쯤, 화단의 흙 가운데 떨어졌을지도 모르지, 한 번 튀겨서 아스팔트 위로 그 비린 작은 몸뚱이가 뒹굴었을지도 모르지. 어항의 비릿한 물냄새가 비로서 슬프게 느껴진다. 제길헐...

이 여름은 참 지루하고 힘들다. 평택에서 우리 이웃들이 벌였던 싸움, 살아남은 자와 살아있으되 죽은 자들이 벌이는 슬픈 투쟁을 보는 것은 참 힘들었다. 어찌 해야 하는 것이냐. 숨이 막힌다. 노조가 무조건 잘하지 않았을 터, 그렇다고 그 노동자들을 그렇게 짐승처럼 대해야 하는 것일까. 꼭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

김대중, 이제는 기력마저 쇠진해버린 전직 대통령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기사에 벌떼처럼 사람들이 달려들어 승냥이처럼 물어뜯는다. ‘ 좌빨... 수괴... 빨리 뒤져라... 떡을 돌리겠다...’

‘이 꼴통 알바들, 너무 하는 거 아냐?’라는 리플에 바로 리플이 달린다. ‘네놈들은 MB죽으면 떡 돌린다며? 왜 꼽냐?’ 정말 숨이 막힌다. 이 정도면 총만 쥐어지면 서로 죽이고 복수하고 피비린내가 나기에 충분한 거 같다. 서로를 너무 증오하니까. 어찌 하겠는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못살겠다는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 경향신문 7월15일자 5면.
미디어법 통과. 이거 너무 머리가 아프다. 나는 개인적으로 통과된 미디어법의 내용을 정확히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추진했기 때문에 반대를 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절대악이 아닌 것처럼 미디어법이 절대악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을 발의하고 그렇게 통과를 시켜야 했던 그들의 본심이 맘에 들지 않았다.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것은 방송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 ‘PD들을 길들이지 않고는 정권 재창출이 힘들다’라는 그 치졸한 발상, 그게 싫은 것이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의 과반수에 가까운 사람이 뽑아준 국가의 원수임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존중한다. 이 점에서 현 정부는 과거 군사정부와는 다른 것은 분명하다.

근데 분명히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선출된 국가권력일진데 왜 이렇게 편을 가르고 상대방들을 잡아 족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게 무슨 죄가 되는가? 과거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 참여정부가 국민을 편가르기 한다고 비난하지 않았는가?

근데 왜 지금 이러는가?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무슨 좌파의 온상인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수들이 신념도 바꾸고 사상도 바꾸어야 하는가? 그렇게 못마땅하면 차라리 분서갱유를 하는 게 낳지 않을까? 그까짓 권력이 뭐라고 그렇게 취한 흉내를 내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상대방을 인정하고 포용하면 대대손손 장기 집권할 수 있는데 그걸 모른단 말인가? 그렇게 피해의식이 컸을까? 아니면 이런 방식으로라도 방송을 장악하고 비판세력의 씨를 말리지 않으면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불안감의 표시일까?

▲ 박봉남 독립PD
두고 볼 일이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통과를 합헌으로 판단할지 위헌으로 판단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집권세력이 너무 방심하지는 말아야 할 터.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 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열대의 여름, 대한민국은 그래서 슬프기도 하고 묘한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PD 여러분, 모두들 조금 더 버텨보자고요.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