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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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이사장 내정설이 떠돌았다.

“미리 내정했다는데, 천만에. 왜 내가 계속 거론됐는지 나도 잘 모른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MBC 출신이고, 방문진 이사도 역임했고, 명색이 방송위원회 위원도 역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임명되기 전까진 어디서도 언질을 받은 적이 없다. 금요일(지난달 31일) 통보 전날 연락을 받았다. 난 무슨 연줄도 없고, 누구 (선거)캠프에 있지도 않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는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MBC만이 내 유일한 연줄이다.”

-MBC가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신뢰 문제의 가운데 있는게 〈PD수첩〉이다. 방통심의위에서 대국민 사과 명령을 받지 않았다. 그때 당당하지 못했다. 사장께서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했다고 했는데 그건 방송사의 자세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또 명예훼손으로 소송이 걸려 있다. 거기까진 좋다. 손배소도 시작됐다. 이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쇠고기 판매 업자들이 들고 일어서서 1000억대 2000억대 소송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유발시켰다면 신뢰도를 추락시켰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신임 방문진 이사들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PD수첩〉 등을 거론하며 내용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방문진이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에 개입할 수 있다고 보나.

“개별 프로그램에 대해 경우에 따라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편성권 침해나 언론 자유 위축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 선임된 이사들이 의욕이 앞서는 면이 있지 않나 한다. 공부를 더 하고 얘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사들이 중구난방으로 발언하면 위험할 수 있어서 비공식적으로 이사장을 대신하는 대변인격으로 차기환 이사를 지명할 예정이다. 편성권 침해는 없지만,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해 방송이 나갈 방향은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 MBC 경영진 교체 계획이 있나.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후배들이다. 사랑하는 후배들에 대해 잘못 얘기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진퇴에 관해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 오는 19~20일 MBC 사장 이하 임원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기로 했다. 현안 보고를 받고, 현 이사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질문을 별도로 보내 중점적으로 소명해달라고 할 생각이다. 그렇게 해야 경영진에 대한 공과를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MBC에 문제가 있다면 방문진이 감독을 제대로 안 한 책임도 크다. 보고를 받은 뒤, 뭐가 문제이고 누구의 책임인지 살펴볼 것이다.”

-MBC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나.

“학계에 있을 때 이렇게 얘기해 왔다. KBS는 공영을 표방하는 상업적 관영방송이고, MBC는 공영을 표방하는 관영적 상업방송이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전까진 사실이었다. 이후 정체성 문제가 20년 넘도록 계속 돼 왔다. 주식 소유 형태로는 공영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주식회사가 공영방송인 곳은 세계에서 하나뿐이다. MBC는 KBS와 SBS 중간에 위치한다.”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민영화를 주장했다. MBC 소유구조 개편 계획은.

“혼자 할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경우의 수는 열려 있고, 뭐든지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밖에서 연구자의 입장에서 봤던 제안이나 주장과 지금 책임 맡은 입장에선 다를 수밖에 없다. 학자는 이상향을 제시하지만, 실제 집행을 하다보면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MBC를 100% 민영화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추진하더라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사회 의견도 수렴해야 하고, MBC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는 절차도 필요하다. 법률적, 회계상 문제도 많이 남아 있다. 항간에서 민영화를 우려하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말씀 드리면 포스코나 KT&G가 참작할만한 모델이 될 수 있겠다. 필요하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한 뒤 가장 많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을 약속드린다.”

-지역 방송사를 지역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역MBC를 매각하겠다는 뜻인가.

“지역사를 점차적으로 지역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했지만, 이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5~6년 전부터 최문순 사장과 엄기영 사장이 들어오며 광역화를 한다고 했다. 사실 그게 포괄적으로 통폐합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안 됐다. 왜?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매각만이 능사는 아니다. 매각해서 MBC를 지역사회 돌려주고 사내유보금도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연차적으로 몇 년에 걸쳐 매각함으로써 MBC 경영을 정상화 하고 신사옥 진출이나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지 매각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 경우의 수 중 하나로서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게 좋은 방안일 수도 있겠다.”

-지역사회에 돌려준다지만 지역민이 아니가 지역을 연고로 하는 기업이 될 수 있지 않나. 공영성이 무너질 것이란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대체로 공감한다. 안으로 제시한 것이지 이사회에서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지역MBC의 활로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지역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지역방송을 자율적으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대구MBC, 부산MBC처럼 자체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식으로 해서 애사심을 강화하고 지역방송에 헌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MBC 민영화 문제나 지역MBC 문제 등에 관한 발언에 불일치가 발생한다.

“MBC의 위상 문제는 방문진 이사들과 함께 논의한 뒤 결과가 나오게 될 거다. 이사장이란 책임을 맡기 전에 한 얘기는 학자로서의 얘기이고, 여러 경우의 수 중 하나이다. MBC가 이대로도 괜찮은지 검토해보자는 거다. 여러 의견과 토론을 취합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만일 정부 등에서 요청이 있으면 내가 외풍을 막겠다. 지금까지도 국회의원 등이 MBC를 팔아야 한다고 하면 내가 나서서 파는 게 쉽지 않다,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해 왔다. 국회나 방통위, 경우에 따라선 청와대의 부당한 요청이 있으면 물리쳐서 국민이 가장 바라는 방향으로 위상을 재정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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