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영상’ 편향됐다? 직무대행이 판단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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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기발령 받은 ‘돌발영상’ 임장혁 기자

“그냥 입가에 쓴웃음만 났다. 허탈했다.”

지난 10일. YTN <돌발영상> 임장혁 기자는 하루아침에 대기발령자가 됐다. 사기업으로 따지면 사실상 ‘해고’에 가까운 통보다. 구본홍 사장 사퇴 이후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배석규 전무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내놓은 첫 인사는 <돌발영상> 제작진에 대한 대기발령이었다. 제작진에 대한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로 <돌발영상>은 지난 11일부터 곧바로 방송 중단 사태를 맞았다.

이번 인사는 약 한 달 반 전부터 <돌발영상> 팀장이던 임 기자가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 중 단행됐다. 지난 13일 만난 임 기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번 인사 조치의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 임 기자는 “뚜렷한 이유를 제대로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를 비롯한 YTN 내부의 대다수 구성원들은 배 대행이 <돌발영상> 보도 내용이 ‘편향’됐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실제로 배 대행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돌발영상>이 편향됐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임장혁 YTN 기자 ⓒPD저널
임 기자는 그러나 “편향됐다는 판단을 누가 내리는지 모르겠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편향됐다고 생각한다면, 회사 내에 노사 합의로 마련된 공정방송위원회가 있다. 최소한 심의 기구를 통해서라도 그런 판단이 내려져야 하지 않나. 그런데 사장도 아니고 직무대행이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개인의 판단을 적용, 그런 조치를 내렸다. 편향됐다고 하는 것이 어떤 기준에 의해, 누가 정한건지 의문이다.”

임 기자는 그러면서 “<돌발영상>은 제작진이 ‘의도’를 갖고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부러 아이템을 기획해 촬영을 하거나 취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돌발영상>은 YTN 기자들이 취재해온 내용과 촬영된 화면을 바탕으로 소재를 발굴할 뿐이다. 다만, 취재·촬영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정부·여당이기 때문에 제작진 의도와 상관없이 정부․여당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임 기자의 설명이다.

“우리가 촬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정부·여당 쪽만 다루는 것은 제작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다 언론은 국민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권력 집단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게 기본 사명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청와대와 압도적 의석수를 갖고 있는 여당이다. 그러면 언론의 감시, 견제 기능은 당연히 그쪽으로 치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이 편향됐다며 정부·여당과 야당의 보도 비율을 억지로 맞춘다면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보도인가.”

<돌발영상>은 그동안 비판적이면서 재기발랄한 영상으로 YTN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왔다. 최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했던 문제성 발언이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당시 아수라장이 된 국회 모습, ‘쌍용차 사태’ 당시 경찰의 강경 진압 등을 ‘날것’ 그대로 보여줬다. 일반 뉴스에서 접하기 힘든 생생한 영상에 누리꾼들은 지지를 보냈다.

2004년 하반기부터 5년 여 동안 <돌발영상>을 제작해온 임 기자는 “일반 뉴스가 물리적, 형식적 제약으로 굴절, 축약, 비약돼온 점이 있었다면, <돌발영상>은 그러한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었다”며 “100%는 아니지만 기존 보도 형태보다 좀 더 진실에 가까운 보도를 하는 데 유리한 수단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가령 이명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한 것을 다뤘을 때, 일반 뉴스에서는 대통령이 시장에 가서 서민들을 만나고 대책을 제시한 것처럼 보도됐다. 그러나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진 대통령의 민생 탐방을 담은 촬영분에는 진지한 고민이 묻어나지 않는 에피소드와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 <돌발영상>은 그것을 간파했고,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임 기자는 “모든 뉴스를 <돌발영상> 식으로 할 순 없지만 어느 한 사안에 대해선 <돌발영상>과 같은 새로운 전달 방식이 좀 더 실체에 접근하게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YTN <돌발영상> ⓒYTN
정권에서 보기에 ‘불편’할 수 있는 <돌발영상> 제작진에 대한 대기발령 그리고 보도국장 교체 등으로 일부에서는 YTN 보도가 ‘장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 기자는 “내 사례를 볼 때 내부에서는 극단적으로 보도 내용이 정권과 회사 관계를 불편하게 한다면 언제든 대기발령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배 대행이) 공포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노렸을 수 있지만 YTN 내부에서는 그러한 공포감보다는 오히려 그에 대한 저항을 갖게 만들고 스스로 싸울 준비를 하게 한 효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부 비판 보도를 누르려고 할수록 공정한 보도를 하려는 의지는 더 살아나고 있다. 법, 규칙, 제도를 통해 압박이 들어오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거다. 보도에 대해 알게 모르게 계속 충돌이 많이 벌어질 것 같다. 그러나 (YTN 보도가) 지금까지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YTN이 그렇게 영혼 없는 집단은 아니다.”

배 대행의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YTN 노조는 조만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임 기자 역시 “정당하게 내 권리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해나갈 예정”이라며 “개인적으로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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