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가 법정드라마의 상륙부대 역할 했다면 만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13일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파트너’ 황의경 PD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다윗의 이야기보다 수많은 다윗끼리 서로 상처 주지 않고 하나의 파트너십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KBS 수목 미니시리즈 〈파트너〉가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절대 강자가 없던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톱스타와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드라마 틈바구니에서도 10% 초반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1등 같은 2등’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파트너〉는 ‘시청률 보증수표’ 스타를 내세우지 않고도, 밀도 있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과실치사, 살인교사, 양육권 분쟁 그리고 대기업의 비리와 이를 은폐하려는 대형 로펌의 결탁까지. 복잡한 사회 현실을 반영한 사건들을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 지난 13일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파트너' ⓒKBS
뜨거운 반응이 줄을 잇고 있지만 황의경 PD는 “부끄러울만한 성적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차분한 소감만을 밝힐 뿐이다. 빗발치는 ‘시즌2’ 요구에 대해서도 “염두에 둘 겨를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목숨 걸고 만들었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 볼 때 조금 모자란 자식일 수 있는데 시청자들이 예쁘고 사랑스럽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그런 분들이 이런 드라마를 또 만들 수 있게 하는 토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파트너〉는 외주제작 드라마의 범람 속에서 KBS가 모처럼 내놓은 내부 기획 드라마라는 점에서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출발 여건은 좋지 못했다.

당초 편성이 예정됐던 〈매거진 알로〉가 SBS 드라마 〈스타일〉과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파트너〉는 방송을 한 달여 앞두고서야 부랴부랴 편성을 확정지었다. 덕분에 사전 홍보가 충분치 않았고, 법정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회의도 많았다. 하지만 황 PD는 “개인적으로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법정 안에 우리가 파헤치지 않은 원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험난해서 하지 못한 것들을 해보고 싶었고,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파트너〉는 한 두 개의 사건으로 16부 전체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 4~5개의 에피소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가는 동시에 하나의 사건이 전체를 관통하도록 하는 이른바 ‘미드식 구성’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 황의경 KBS '파트너' PD ⓒPD저널
“구성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한두 사건만으로 가면 시청자들이 중간에 유입되기 힘들다. 그래서 4~5개의 세분화된 사건이 연결고리를 가지도록 하고,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마지막 엔딩도 처음부터 계산하고 갔다. 어마어마한 작업이었다.”

덕분에 시간과 대본의 완성도가 적잖이 아쉬웠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구성에, 멜로드라마보다 더 많은 시간과 품을 요구하는 법정드라마였던 까닭에 ‘쪽대본’을 피할 길이 없었다. 황 PD는 “작가들이 이만큼 써준 게 기적이다”라고 말한다.

〈파트너〉를 집필한 조정주·유미경 작가는 미니시리즈 경험이 없는, KBS 극본 공모 출신 신인 작가다. 기획은 황 PD의 몫이었다지만, 신인 작가를 기용해 경쟁이 치열한 미니시리즈를 만든 것은 엄청난 모험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결과적으로 ‘쪽대본’이 믿기지 않을 만큼 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황 PD는 “법정물이라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잘 해준 것 같다”며 작가들에게 공을 돌렸다.

멜로드라마 〈미스터 굿바이〉로 미니시리즈에 데뷔한 황 PD는 사실 영화 〈무간도〉 같은 드라마를 만드는 게 꿈인,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품은 ‘남자’다. 그런 그는 이미 〈파트너〉를 통해 소박한 꿈을 실현했다. 15회 방송분에서 ‘양아치’로 깜짝 출연한 것. 사전 언질을 받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는 스태프들 앞에서 그는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해냈다.

두 번째 미니시리즈 연출작이자, 연기 데뷔작이기도 한 〈파트너〉는 그 자신은 물론 한국 드라마 현실에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법정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가능성과 내부 기획이 좀 더 시간을 갖고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두 신인 작가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데 〈파트너〉의 의미가 있다. 성공이냐 실패냐 정의하긴 어렵다. 처음부터 명불허전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다만 다시 한 번, 〈파트너〉를 사뿐히 지르밟고 진화된 법정드라마가 나온다면 상륙부대 역할을 충분히 다 한 게 아닐까 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