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삭감해 흑자경영? 경쟁력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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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내부평가 … “게이트키핑 강화는 제작자율성 침해”

이병순 사장이 재임 1년의 성과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경영수지 개선이다. KBS는 최근 상반기 흑자 실적을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신료 인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수신료 인상에 걸림돌이 됐던 ‘방만 경영’ 문제를 개선했기 때문에 당위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 사장은 지난해 취임 때부터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사유로 지목된 ‘방만 경영’의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공언했고, 이는 곧바로 제작비, 인건비 삭감 등으로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KBS는 실제 상반기 45억의 흑자를 냈고, 연일 ‘경영수지 개선’ 띄우기에 열중하며 수신료 인상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결국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과 맞바꾼 흑자”라는 비판이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작년 대비 제작비가 20% 삭감되면서 프로그램의 질과 양은 사실상 담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례로 <차마고도>, <누들로드>에 이어 해외시장을 겨냥한 대형 다큐멘터리 <불교>는 일부 촬영까지 마쳤으나 높은 제작비 때문에 사실상 제작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며 “KBS는 지난 몇 년간 방송대상을 지속적으로 받았는데 제작비를 줄이면서 내세울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KBS의 한 중견 PD는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제작비 삭감과 제작자율성 훼손 등으로 프로그램 경쟁력이 많이 떨어져 줄곧 1위를 차지하던 종합시청률도 타방송사에 뒤처지고 있다”면서 “제작비를 깎고 대형 기획물에 대한 투자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프로그램 경쟁력 저하를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병순 사장의 ‘게이트 키핑’(뉴스의 취사선택) 강화 방침과 이에 따른 조직개편은 오히려 수직적 위계질서를 통한 제작 자율성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과도한 게이트키핑은 본질을 비켜간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재호 KBS노조 중앙위원(보도본부)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아이템 발제부터 취재, 원고작성까지 일일이 데스크를 보면서 핵심적 사안을 뭉개는 경향이 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기계적 중립을 이유로 본질은 외면하고 주변부만 맴도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 위원은 또 “쌍용차 사태만 봐도 노사공방만 부각시켰지 그들이 대립하는 이유, 파업 현장의 기본적인 인권 문제 등은 다루지 않았다”면서 “전체적으로 권력비판적인 감시보도가 전무하고, 밋밋한 뉴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 분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일선 PD들은 일방적인 프로그램 폐지와 신설, MC 교체 등에 반발의 목소리를 내왔다. 김덕재 PD협회장은 “지금 회의 자리에서 아이템에 대한 토론은 사라졌고 CP(책임PD)와 제작자간 논의만 남아있다”며 “공정성과 공익성은 집단의 지혜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KBS의 게이트키핑은 회사로부터 임명받은 개인이 의도를 갖고 개입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획제작국의 한 PD는 “심지어 개편 당시 신설 프로의 담당 PD가 어떻게 기획했는지 몰라 허겁지겁 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고, 교양제작국의 한 PD는 “윗선에서 내려오는 ‘오더성’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방송이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덕재 PD협회장은 “이병순 사장은 취임 당시 경영 흑자와 함께 게이트키핑을 강화해 ‘편향적인 방송’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면서 “결국 이병순 체제 1년은 개인의 연임을 위한 성과주의로 보낸 1년”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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