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YTN 입사 5년차인 A 기자는 갑작스럽게 지역 발령을 받았다. 12월 6일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전세 계약을 마친 지 불과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다. 결혼하자마자 그는 ‘주말부부’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구본홍 사장 사퇴 후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배석규 전무는 <돌발영상> PD 대기발령, 보도국장 교체, 앵커 교체에 이어 취재기자 5명을 지역으로 발령 내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지역으로 발령받은 5명의 기자들을 포함해 조합원들은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기자들을 골라 지역으로 내려 보냈다며 이번 인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사에 A 기자도 “황당할 뿐”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물론 지난 17~18일 보도국 취재기자들을 상대로 지역 근무 희망자 신청을 받긴 했다. 하지만 회사는 인사를 내기 전 그에게 어떠한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이번에 지역 발령을 받은 다른 4명의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A 기자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인사가 난 적은 없없다”며 “입사 5년 만에 이런 인사는 처음 봤다”고 당황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보통 YTN에서 지역 발령을 낼 땐 일단 지원자를 받았다. 지원자가 없으면 지역에 갈 만한 사람들과 먼저 상의하고 본인의 양해를 구한 뒤 인사를 냈다. 이번에 명목상 희망자 신청을 받긴 했지만, 사전에 본인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 이번 인사는 정말 이례적이다.”
그는 “지방선거를 10개월이나 앞둔 지금이 개인사를 고려하지 않고 사람을 내려 보낼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직원이 수 만 명 되는 대기업도 아니고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그동안 당연히 개인사를 물어가며 인사했다”고 반박했다.
A 기자를 포함해 이번에 지역발령을 받은 5명의 기자는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보 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인사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 지역 발령을 받은 기자들이 모두 ‘젊은 사원들의 모임’ 소속에,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라며 “인사가 나기 전부터 사내에서는 사측에 반대하는 기자들을 ‘징계성’으로 지역에 보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고 전했다.
A 기자는 당장 9월 1일부터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에 가서 근무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인사로 방도 구하지 못한 그는 일단 지국 주변 여관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그리고 5명의 기자들이 낸 가처분 신청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