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말하는 화합의 시발점 ‘용산참사’가 돼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치르지 못한 장례식-용산참사, 그 후’ 박준우 PD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여전히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229일째 되는 날인 지난 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연출 박준우)는 ‘치르지 못한 장례식-용산참사, 그 후’를 방송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직후 용산 재개발 4구역을 향하던 스포트라이트가 꺼지고, 참사 100일, 200일이 훌쩍 지나면서 언론의 관심이 사라지던 즈음. 대중의 기억에서도 희미해져가는 ‘용산참사’를 박준우 PD는 다시금 끄집어냈다.

이제 입사한 지 5년. 지난 7월 말 <그것이 알고 싶다> 팀에 배정받은 뒤 박 PD가 처음 다룬 소재가 ‘용산참사’다. 미스터리한 요소를 가미한 소재가 주를 이루다보니, 상대적으로 시사 이슈를 자주 다루지 않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난 달 29일 ‘테이저 건, 그 치명적 유혹’을 방송한 이후 또 다시 시사 이슈에 주목했다.

▲ 박준우 SBS PD ⓒPD저널

박 PD는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에게는 잊혀져가고 있고, 정부는 개인 간의 문제라며 아예 관여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 ‘용산참사’를 다룬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용산참사’를 다룰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시청자들에게 보다 설득력 있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박 PD는 그러나 “‘용산참사’에선 어떤 계기나 시의성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정부에서 ‘용산참사’ 자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려 유가족들이 하려는 행사 등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박 PD는 “게다가 검찰은 수사 기록 3000쪽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실제 사건이 어떠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고, 유가족들은 8개월째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취재하며 보니 평범한 주부였던 분들이 ‘투사’가 돼있었습니다. 말 세 마디 정도 하면 절반은 이명박 정권을 욕하는 것이어서 편집할 때 정말 힘들었죠. 집회에서 악 쓰고 욕하는 모습을 보면 이분들이 원래 그랬다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평범했던 사람들이 투사가 된 겁니다.”

‘치르지 못한 장례식-용산참사, 그 후’는 주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용산참사’를 조명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박 PD는 또 이번 방송을 통해 ‘용산참사’라는 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 이유인 재개발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뉴타운 광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생존권 자체를 위협받는 세입자들의 현실이 방송에 담겼다.

박 PD는 “‘용산참사’를 경찰 특공대와 철거민과의 충돌로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재개발로 인한 문제 때문”이라며 “(‘용산참사’ 희생자들 역시) 자신들의 생존권을 주장하기 위해 망루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방송 후 남는 아쉬움도 크다.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좀 더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재개발 과정에서의 비리 등 문제점을 취재하면서 사실 확인이 쉽지 않아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 PD는 그러나 “연륜 있고 경험 많은 PD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하면서 못했던 부분들이 다음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런 아이템도 해봐야 늘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용산참사’ 같은 시사 이슈에 대해 많이 다룰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5명이 죽었으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일단 그걸 위로하는 것이 상식이지 않나요? 정부에서 화합과 통합을 얘기하는데 그 시발점은 용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