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노윤호 연기 귀엽지만 사실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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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영의 드라마 투덜대기] MBC ‘맨땅의 헤딩’ 차봉군 역 정윤호

‘연기력 논란’은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리더 정윤호(유노윤호)도 피해갈 수 없었다. 정윤호는 MBC 새 수목드라마 <맨땅의 헤딩>에서 축구선수 차봉군 역을 맡으며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지난 9일 첫 회 방송이 나가자마자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출발했지만, 시청률도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딛은 정윤호에게는 이래저래 속상한 일일 터다.

‘연기력 논란’. 가수 출신 연기자들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수식어다. 현재 나란히 수목극 경쟁을 펼치고 있는 SBS <태양을 삼켜라>의 성유리, KBS <아가씨를 부탁해>의 윤은혜가 대표적이다.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하고 인기를 얻어도 논란을 잠재우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러한 논란을 낳는 데는 실제로 연기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가수로서 쌓아온 이미지의 영향도 있다. “원래 연기 못하잖아” 은연중 대중에게 각인된 고정관념 탓도 있을 것이다.  

▲ MBC <맨땅의 헤딩> 차봉군 역의 정윤호 ⓒMBC

그렇다면 정윤호의 경우는 어떨까. 동방신기의 리더 유노윤호. 무대 위에서 그의 카리스마는 작렬한다. 그가 짓는 강렬한 눈빛과 표정은 전혀 과장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렬한 눈빛을 내뿜을수록, 표정에 힘을 줄수록 카리스마로 느껴지고 팬들은 ‘쓰러진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가수 유노윤호로 무대 위에 섰을 때다. 그는 이제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에 맞는 표정과 눈빛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말투 역시.

“처음 연기한 것 치고는 꽤 괜찮네” 방심하는 순간, 그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가 튀어나온다. 진지하거나 심각한 감정 연기를 펼칠 때는 어색함이 느껴진다. 특히 가끔 초등학생 같은 말투와 표정을 지을 때는 손과 발에 힘을 꽉 줘야 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 별이와 중학교 동창 연이와 대화할 때 초등학생 같은 말투와 표정은 빛을 발한다(?). 다시 축구를 시작하라며 떼를 쓰는 별이에게 정윤호는 싫다며 똑같이 ‘떼쓰기’로 응대한다. 어리광 섞인 말투 탓에 사실 누가 초등학생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연이와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어린 시절 친구니까 그런 연기가 필요했던 걸까?

그러나 FC 소울에 입단해 처음 출전한 경기에서 퇴장당한 뒤 혼자 하는 대사에서도 그의 말투는 변함없다. “퇴장당하지 말자. 골은 넣자. 내가 누군지 제대로 보여주자. 나를 무시하려는 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주자”, “고등학교 때는 월드컵도 나가고 국가대표도 될 줄 알았지. 현실이 바보 같다고 꿈도 못 꾸나 뭐. 안 그래?” 자못 비장한 각오가 드러나는, 멋진 대사지만 아쉽게도 정윤호의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했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선 가수들이 조명이 꺼진 무대 아래 내려와 적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가수 출신, 그것도 최고의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가 아니었다면 그에게 연기력 논란은 따라 붙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기를 시작한 이상 이러한 논란도 ‘연기자’ 정윤호가 풀어야 할 숙제고,  넘어야 할 산이다. 이제 막 4회 방송이 나갔고 “차츰 나아지고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정윤호에게서 가수 유노윤호가 아닌 <맨땅의 헤딩> 차봉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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