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몰카’ 수사, 무장해제 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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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환규 MBC ‘불만제로’ 책임PD

검찰이 ‘몰래카메라’를 사용한 잠입취재를 통해 서울 모 유치원의 비위생 식단 실태를 고발한 MBC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불만제로〉에 대해 경찰의 무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고발프로그램의 ‘몰카’ 사용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례적인 것이어서 ‘MBC 압박용’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채환규 〈불만제로〉 책임PD는 “전례 없이 취재방식을 문제 삼아 수사하겠다는 것은 무기를 뺏어 무장해제 시키겠다는 것과 같다”며 “수사 목적이 부당하다면 끝까지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어떻게 시작됐나.

“방송에 나갔던 유치원이 지난 4월 ‘몰카’ 사용과 무단침입을 이유로 VJ와 조연출을 고소했다. 조연출과 VJ가 경찰 조사를 받았고 담당 PD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두 달쯤 있다가 경찰로부터 무혐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이달 4일인가 검찰이 담당 PD를 통해 수사 입장을 전해왔다. MBC 입장을 달라고 하기에 취재 목적과 ‘몰카’ 사용의 이유, 불가피성, 관련 판례 등을 정리해 보냈다. 국내에선 비슷한 판례가 없고, 해외에서도 민사만 있다. 아직까지 소환 요구 같은 것은 받지 못했다.”

▲ 채환규 '불만제로' 책임PD ⓒMBC
-‘몰카’를 사용한 이유는.

“전직 교사로부터 해당 유치원에서 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인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하게 됐다.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아이들 교육 시설 문제인데, 알고도 그냥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취재를 할 수 없었다. 검찰 표현대로라면 위장취업인데, 우리는 잠입취재를 한 것이다. 두 번째 갔을 때는 공무원과 함께였고 신분증도 제시했다. 들어갈 때 그쪽에서 문도 열어줬다. 당시 장면을 캡처해 증거로 제출했다.”

-형사사건이라 압박이 크겠다.

“민사소송은 많았지만 형사사건을 직접 당한 건 처음이다. 당장 ‘위장취업’이라고 기사가 났는데 그 말이 주는 비도덕성 같은 게 있다. 이런 식으로 소송이 몰리면 회사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겠나. 프로그램 존립 자체가 위협 받을 수도 있다. 향후 〈PD수첩〉 같은 고발프로그램도 못 만들게 된다. 카메라를 정면에 내세우고 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어디 있나. 제보만 갖고는 방송 못한다. 현장을 내 눈으로만 봐도 의미가 없다. 카메라로 찍어서 화면을 제시해야 성립되는 것이다.”

-‘MBC 압박용 수사’ 의혹도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긴 그렇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순 없겠지. 정치적 해석은 문제 삼고 싶지 않다. 순수하게 이 사안만 놓고 봐야 한다. 다만 그 결과는 우리뿐 아니라 KBS, SBS의 고발프로그램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소유예나 벌금형 같은 경미한 처벌만 해도 형사처분 아닌가. 끝까지 정당성을 밝힐 것이다.”

-‘몰카’ 사용 준칙을 준수하는 편인가.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몰카’ 사용 준칙이 있다. 그걸 넘어서는 문제는 법률가에 자문을 구하고 신분 노출이 안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몰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개 건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많다. 손님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그런 경우에 한해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가급적 단속 권한이 있는 공무원과 동행하려고 한다. 그래야 나중에 처벌해도 실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엄격하게 ‘몰카’ 남용이 없는지 얘기하고 있다. 체계적이고 주기적으로 스태프 전원을 상대로 교육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매주 ‘몰카’와 같은 것을 써야 할 상황이 있다. ‘몰카’를 쓰느냐, 마냐 하는 논의보다 불가피하게 사용할 경우 어느 정도 선에서 떳떳함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나.

“다른 프로그램보다 두 세배는 힘든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나름 성과가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하는 것이다. 소송으로 인한 부담보다 사회적 이익이 크다. 〈불만제로〉의 경우만 하더라도 한국사회를 많이 바꿔냈다고 본다. 돼지곱창 세제 세척, 음식 재활용, 약국 드링크 제공 등 많은 문제가 개선됐다. 이런 것도 업자가 고발을 안 했다 뿐이지 잠입취재로 고발한 것들이다. 이를 처벌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의무가 사장되는 것이다. 굳이 ‘몰카’니 위장취업이니 처벌 의지를 가지고 접근하는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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