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신파는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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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Mnet ‘슈퍼스타K’
  • 원성윤 기자
  • 승인 2009.09.29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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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포츠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것은 핸드폰 외판원이라는 신분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부른 노래가 주는 음악적 감동과 그의 꿈이 현실로 바뀌어가는 스토리 때문이었다. 그동안 한국에서도 많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했지만 이름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MBC 〈악동클럽〉, 〈쇼바이벌〉, Mnet 〈배틀신화〉 등이 아이돌, 중고신인, 신화를 소재로 삼았지만 연속적이지 못했고 반짝 인기에 그치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바로 실력과 풀(pool)의 문제였다. 세 프로그램 모두 ‘아이돌’ 혹은 20대 취향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 귀결됐고, 그러다 보니 폭 자체가 현저하게 줄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콘셉트로 사람들이 추려져야 했고, 뽑힌 이들도 새로운 창법과 노래를 기대하기는 애당초 힘들었다. 때문에 미디어의 ‘반짝’ 관심만 받고 커튼 뒤로 쓸쓸히 퇴장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Mnet 〈슈퍼스타K〉가 등장했다. 음악이 본연의 무기인 엠넷에서 나온 프로그램이라 반가웠다. 특히 0199(1세부터 99세까지)라는 세대의 개방성과 서울부터 제주까지 찾아가는 〈전국노래자랑〉 식의 ‘찾아가는 서비스’는 시도 자체로서 칭찬받을 만했다. 약 72만 명에 달하는 경이로운 참가자는 제작진의 노력들이 반영된 덕분이다.

▲ Mnet <슈퍼스타 K> ⓒMnet
예선에서도 볼거리는 풍부했다. 〈인간극장〉에도 소개된 적 있는 미국 혼혈인 배에스텔이 인순이와 맞닥뜨린 순간이나 2AM의 조권, 원더걸스의 선예와 함께 ‘JYP 영재육성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구슬기를 JYP 사단의 멤버였던 손호영과 마주하게 한 것은 제작진이 노린 극적인 장치였다. 어렸을 때 맞은 기억으로 반항적인 눈빛을 가진 김현지가 부른 ‘Killing me softly’나 이효리를 울린 시각장애인 김국환(여인천하 팀)의 ‘심장이 없어’가 화제가 된 것은 노래에 더해지는 스토리텔링이 동반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까지가 ‘딱’ 좋았다. 노래에 대한 현실의 개입은 예선까지가 충분했다. 본선에 올라온 이들에 대한 가족사가 계속 반복되기 시작하면서 ‘쇼’ 자체로서 뜨거워야 할 프로그램이 〈인간극장〉 식의 과잉된 정서가 개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온전히 노래에만 몰입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덩달아 출연자(박태진)까지 아버지에 대한 노래를 자작곡으로 채웠고, 심사위원 윤종신은 “가사는 비평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한 발짝 물러서기도 했다.

〈슈퍼스타K〉의 모태가 됐을 법한 〈아메리칸 아이돌〉은 할리우드 본선진출이 결정되기 전까지 참가자들의 우정과 개인사가 언급되지만, 본선인 세미파이널부터는 오로지 노래로만 승부를 벌인다. 대신 머라이어 캐리, 스티비 원더, 앤드루 로이드 웨버 같은 톱스타가 자신의 이름을 건 주에 나와 멘토로서 직접 노래지도를 해주며 성장과정을 보여준다.

▲ Mnet <슈퍼스타 K> ⓒMnet
하지만 〈슈퍼스타K〉의 참가자들은 이런 장치가 거의 전무했다. 파이널을 앞두고서야 미션에서 성공한 길학미 만이,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동안 이승철로부터 자신의 곡 ‘소녀시대’ 리메이크에 대한 조언을 받았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72만 명 중에서 실력자들을 추렸음에도 불구하고, 놀랄만한 노래 실력을 가진 이가 솔직히 없다는 것이다. 톱10 안에 들었고, 합숙을 한 달 이상 했지만, 여전히 고음처리가 불안하고, 어색한 춤과 시선이 화면에서 보인다. 작곡가 방시혁이 “전국노래자랑 수준도 안 된다”고 혹평하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니다.

여인천하의 ‘심장이 없어’를 듣던 이효리가 눈물을 쏟으며 “노래를 들으며 울어보기는 오랜만”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령이다. SBS 〈스타킹〉에서 ‘횟집 폴 포츠’ 정철민 씨나 ‘고딩 파파로티’ 김호중 씨가 뮤지컬배우 최정원과 성악가 김동규로부터 “천상의 목소리”라며 찬사를 받았던 것 같은 그림을 왜 〈슈퍼스타K〉에서는 보기 어려운 걸까. 이들이 감동적인 것은 일반인이 불렀다고 믿기 어려운 노래 실력 때문이었다.

〈슈퍼스타K〉의 성공적 시작과는 달리 결말이 우려스러울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슈퍼스타K’는 1억원의 상금, 음반발매, MKMF 출연 기회를 갖는 것보다 가수로서 스스로 온전히 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 시즌제를 이어간 〈아메리칸 아이돌〉이 혜성 같은 신인들로 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 역시 본질은 ‘실력’이었다. 이 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슈퍼스타K〉는 7.7%라는 케이블 최고 시청률만 남기고, 이전의 프로그램 전철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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