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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불만제로’·일산제작센터 수사 등 MBC 압박…비판프로그램 존립 위기

MBC를 둘러싼 전방위 압박이 다시 시작됐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가 〈PD수첩〉, 〈뉴스후〉 등 비판프로그램 통폐합을 요구하며 안으로부터 흔들고, 밖으로는 검찰이 〈불만제로〉 수사와 MBC 일산제작센터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MBC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수단체인 방송개혁시민연대가 MBC 일산제작센터 시공사 선정 및 장비구입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한데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또 검찰은 〈불만제로〉의 ‘몰래카메라’ 사용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어 일산제작센터 관련 수사와 더불어 MBC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MBC
방문진 일부 이사는 〈PD수첩〉과 〈뉴스후〉 등 MBC의 대표적인 시사고발프로그램 통폐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뉴라이트’ 출신의 김광동 이사는 지난 23일 열린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을 향해 “‘뉴 MBC 플랜’의 상징적 조치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운을 뗀 뒤, 구체적으로 〈시사매거진 2580〉, 〈뉴스후〉, 〈PD수첩〉 등의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이들 프로그램의 통폐합이나 또는 다른 차원의 상징적,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일반인이나 외부의 국민들이 신뢰할 계기 또는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시사고발프로그램의 축소 및 폐지를 주문한 발언이다. 장형원 MBC노조 편성제작부문 민실위 간사는 “특정 프로그램을 거론해서 프로그램의 개선 방안도 아닌 통폐합을 얘기하는 건 방문진 이사로서 기본적인 자질이나 역할 파악조차 안 된 비전문가적 발상”이라며 “프로그램에 간섭하고 싶으면 MBC에 입사해서 편성본부장이 되라”고 쏘아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정연우·박석운·정연구, 이하 민언련)도 지난 25일 논평을 내고 “김광동 이사의 ‘시사프로그램 통폐합’ 궤변은 명백한 방송편성권 침해”라며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들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프로그램들을 축소하거나 없애버림으로써 공영방송의 ‘권력 감시·비판’ 기능을 무력하게 만들고 싶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MBC노조가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엄기영 사장은 보수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해 온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뉴 MBC’를 핑계 삼아 비판 프로그램의 싹을 자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100분 토론〉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우선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홍재 이사는 지난 23일 “〈100분 토론〉에 대한 재조사, 〈PD수첩〉에 대해 이사회에서 재논의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보고가 없다”면서 “신뢰회복을 위해 MBC 스스로 내부적인 확인 및 결론이 필요하다”며 〈PD수첩〉에 대한 재조사를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MBC의 비판·감시 기능을 위축시키겠다는 저의를 드러냈다”며 “검찰의 억지 수사를 비판해도 부족할 방문진 이사가 ‘재조사’ 운운한다는 것은 권력의 탄압에 맞서고 있는 〈PD수첩〉을 안으로부터 흔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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