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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BC노조가 엄기영 사장의 ‘눈치 보기’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로부터 ‘MBC 개혁’을 조건으로 유임을 약속받은 엄기영 사장이 정권과 방문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성급하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엄기영 MBC 사장 ⓒMBC
엄기영 사장은 지난 23일 방문진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단체협약 개정 내용에 대하여 9월말경까지 원칙적 합의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발행된 사보 ‘주간MBC’ 1면에는 ‘노사협의회, MBC 미래위원회 구성 합의’와 ‘분과별 명단 및 중점 논의 사항’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사측이 일방적 희망 사항을 마치 ‘합의사항’인 양 발표한 것은 사내외의 눈치를 보며 생색을 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표현대로 최근 엄기영 사장의 행보는 방문진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인상을 풍긴다. 엄 사장이 “정도를 가겠다”며 ‘뉴 MBC 플랜’을 선언한 것이 지난달 31일. 그런데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 엄 사장은 ‘9월 중순 노사추진협의회 구성, 9월 말까지 단체협약 개정과 본부장 책임제 원칙적 합의’와 같은 구체적인 일정표를 방문진에 내놓았다. 단체협약 개정, 구조조정 등 방문진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질책하고 요구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MBC노조에 따르면 엄 사장은 최홍재 이사 등이 요구하고 있는 〈PD수첩〉 재조사에 응하고, 보수단체들이 문제 삼은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물론 엄 사장으로선 조바심이 날만도 하다. 방문진은 엄 사장의 ‘MBC 개혁’ 성과에 따라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엄 사장의 임기는 원래 2011년 2월까지이지만, 이르면 내년 2월이 될 수도 있다. 엄 사장이 올해까지 ‘뉴 MBC 플랜’ 추진 일정 대부분을 완료하겠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터다. 말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방문진의 요구에 적당히 타협해 남은 임기를 지키려는 듯한 태도는 실망감을 안겨준다.

정권의 KBS 장악에 따라 해임당한 정연주 전 사장은 최근 엄 사장에게 공개편지를 띄우고, “해볼 만한 싸움”이라며 엄 사장에 대한 MBC노조의 지지를 그 이유로 들었다. MBC는 물론 엄 사장 자신을 위해서도 노사간 신뢰 회복이 시급한 이유다. 엄 사장의 재신임을 물어야 할 곳은 방문진이 아니라 MBC 구성원들과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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