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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대행

‘강호동 쇼’로 알려진 SBS 〈강심장〉이 지난 9월24일 첫 녹화를 마쳤다. 지난 4월 정통 토크쇼를 부활시키려 한 KBS2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 불과 5개월 만에 전격 폐지된 후 다시 시도되는 토크쇼 부활극이다. 특히 MC 강호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강호동은 이미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를 통해 미니 토크쇼 하나를 성공시킨 바 있다. 〈박중훈 쇼〉 부진 원인 중 하나로 박중훈 본인의 호스트 능력 부재가 거론되던 차다. 강호동이 하면 다를 수 있다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강심장〉은 예상했던 것과는 꽤나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일단 공동MC 체제다. KBS2 〈1박2일〉로 호흡을 맞춘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함께 진행한다. 이 정도까진 충분히 이해해줄 만하다. 원맨 MC 체제를 구축하기란 의외로 어렵다. 토크의 흐름을 잡는 데도 버겁고, 무엇보다 부단한 경험과 역량이 따라줘야 한다. 새로 등장하는 형식에 화제성을 부르기 위해서라도 시선을 잡아끄는 보조MC 한 명 정도는 필요하다.

문제는 그 뒤부터다. 〈강심장〉 첫 회 녹화에는 지드래곤, 타블로, 장윤정, 윤아, MC몽, 붐, 유세윤 등 톱스타 24명이 대거 출연했다. 프로그램 첫 회라 다들 ‘축하해주러’ 나온 것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강심장〉은 애초 1인 게스트 토크쇼가 아니라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원래 여러 게스트를 초청해 토크 배틀을 벌이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1라운드 토크 배틀을 벌인 뒤 ‘토크 국가대표’로 뽑힌 두 명의 스타가 자유 주제로 최종 대결을 펼쳐 최고의 입담을 지닌 ‘강심장’으로 선정된다는 것.

▲ 다음달 6일 첫 방송될 SBS의 새 토크쇼 '강심장' ⓒSBS
이것은, 정확히 말해, 강호동이 성공시켰던 ‘무릎팍 도사’ 류의 토크쇼가 아니다. 박중훈이 시도했던 정통 토크쇼 형식도 아니다. ‘토크쇼의 부활극’으로 기대했던 형식조차도 아니다. 이미 있던 패턴이다. 지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됐던 KBS2 〈서세원 쇼〉다. 현재 유행하는 집단 토크쇼의 효시다.

〈강심장〉은 〈서세원 쇼〉와 갖가지 면면까지 똑같다. 장호일밴드를 이끌던 가수 장호일이 공동MC를 맡았다. ‘토크 박스’라는 형식으로 게스트들 간 토크 경쟁을 보여줬다. ‘토크왕’을 선정해 상을 줬다.

물론 〈강심장〉의 효과도 많건 적건 〈서세원 쇼〉와 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스트들의 진솔한 이야기보다는 기기묘묘한 특이 에피소드 잔치가 될 것이다. 토크 경쟁 형식이 자연스레 부르는 ‘창작 경험담’ 논란도 나올 수 있다. 결국 무개성의 재담 잔치가 돼버려, 이럴 거면 일반인 대상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오게 된다.

무엇보다 강호동이 이런 토크쇼를 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의 ‘무릎팍 도사’는 ‘정통’이 지닌 장점을 고수한 채 이를 어떻게 새로 포장하는 지에 대한 교과서격 토크쇼다.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는 게 아니라, 아예 ‘뒤로 가는’ 토크쇼를 택한 셈이다.

〈강심장〉은 잘 될 것이다. 24명의 스타를 동원할 정도니 이미 홍보전에서도 승리자다. 집단 토크쇼 최강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집단 토크쇼 자체가 현 시점 한계까지 치달은 상태다. 시장 상으로도 포화고, 대중 피로도는 그보다 더 심하다. 막바지까지 간 거대한 유행의 타이타닉에 마지막으로 동참한 〈강심장〉의 미래는, 아무래도 위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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