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뒤흔든 현역 장교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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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엄청난 반향

한 현역 장교의 양심선언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MBC 〈PD수첩〉은 지난 12일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연출 최승호·박건식)을 통해 해군 납품 비리 의혹을 짚고, 군 사법시스템과 내부 정화시스템 마비 상태를 고발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시작은 현역 장교의 용기로부터 비롯됐다. 현역 해군 장교인 김영수 소령은 계룡대에서 일어난 10억여원대의 군납 비리 의혹 문제와를 고발했다. 영관급 고위 장교가 군 내부의 비리를 고발한 것은 한국 군 역사상 처음이다. 김 소령은 군 수사당국에 수차례 문제를 고발했지만 군 내부에서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 〈PD수첩〉을 찾았다고 털어놨다.

김 소령은 지난 2003년~2005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일어난 9억 4000만원대의 군납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9억 4000만원의 혈세가 낭비됐고, 이 과정에서 분리 발주와 위조 견적서 등 불법과 탈법이 자행됐다”고 고발했다.

김 소령은 이 같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시장조사와 경쟁 입찰 등의 방식으로 부임 이후 7개월 간 5억여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그러나 군에선 오히려 근무 평정에서 김 소령에게 징계 수준인 ‘E’ 등급을 내렸고, ‘업무적응 미숙’을 이유로 타 부대로 전출 조치했다.

군 수사기관에 이 같은 문제를 알렸으나, ‘수사 불가’ 또는 ‘혐의 없음’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수의계약을 체결했던 업체들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PD수첩〉은 “군 당국이 군납 비리 의혹을 은폐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 지난 12일 방송된 MBC 〈PD수첩〉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MBC
국방부 조사본부는 9억 4000만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 불법행위 관련자를 징계하라고 해군 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해군은 국고 손실을 증명할 수 없다며 관련자들을 징계하지 않았다. 결국 9억 4000만원의 국고 손실이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에서 확인됐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 관련자 계좌추적 조사결과 8억 원대의 출처를 짐작하기 어려운 돈이 포착돼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규명 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PD수첩〉은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 체계적인 수사 방해와 비호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국회 해군 국정감사에서 정옥근 해군 참모총장은 오히려 “지금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망각하고 자기 일신을 위해서 그런 책임 없는 그런 사람의 말을 빌려서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해군이 매도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김 소령을 매도했다.

〈PD수첩〉은 “20년 넘게 입었던 군복을 벗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양심선언을 한 김영수 소령이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도 〈PD수첩〉 방송이 나간 뒤 14일 성명을 통해 “공익제보자이자 부패신고인인 김영수 소령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불이익을 없도록 신분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검찰과 감사원 등 범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 부패행위의 전말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방송은 9.2%(TNS미디어코리아, 수도권 기준)라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시청자게시판에는 방송이 나간 지 이틀 동안 10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시청자들은 “김영수 소령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김 소령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으로는 “또 한 명의 김용철 변호사가 될까 우려스럽다”는 걱정 어린 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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