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불편해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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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PD포럼] ‘아무도 묻지 않은 죽음’ 김종우 MBC PD

지난 14일~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9회 한중일 프로듀서 포럼에는 모두 12 작품이 상영됐다. 각국의 작품을 보며 PD들은 공감대를 느끼기도 했고, 서로 다른 차이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했다. 나흘 동안 진행된 한중일 프로듀서 포럼에서 3국 제작자들의 관심을 끈 ‘화제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한중일 프로듀서 포럼 둘째 날. 김종우 PD의 <아무도 묻지 않은 죽음> 작품 감상이 끝나자마자 일본의 미츠시마 히로아키 PD가 김 PD를 찾아왔다. 히로아키 PD는 이번 프로듀서 포럼 출품작 가운데 하나인 <인터넷 카페 난민>의 제작자. <인터넷 카페 난민>은 일본 도시 빈민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 생활하는 18살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아무도 묻지 않은 죽음>은 서울 도심 한복판 고시원에서 어렵게 생활하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희생자가 된 이들의 이야기다. 두 작품 모두 이번 한중일 PD포럼의 주제인 ‘도시와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했다. 두 PD 사이에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 PD는 “히로아키 PD는 빈곤 문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제작해온 PD”라며 “PD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그러한 작업을 하기 힘든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제작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돼 반가웠다”고 말했다. <아무도 묻지 않은 죽음>은 중국 제작자들의 관심도 끌었다. 작품 감상이 끝난 후 한 중국 PD는 “이러한 사건이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가능해 보는 내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평했다.

▲ 김종우 MBC PD ⓒPD저널
<아무도 묻지 않은 죽음>은 2008년 10월 20일, 6명이 죽고 7명이 다친 서울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범인은 불을 지른 뒤 연기를 피해 나오는 사람들을 칼로 찔렀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김 PD는 ‘묻지마 범죄’로 이름 붙인 뒤 사실상 ‘아무도 묻지 않은’ 이 사건의 희생자들을 조명했다.

그곳에는 아들 수술비를 모으려 밥도 사먹지 못하며 일하던 엄마, 학비를 마련하려 아르바이트를 하던 딸 등 도심에서 고단한 삶을 꾸려가던 이들이 있었다. 왜 그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사회 구조적인 분석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겼다. 가끔 재연이 들어갔고, 다닥다닥 붙은 고시원의 좁은 방을 표현하기 위해 세트를 지어 위에서 내려다보는 카메라 샷을 쓰기도 했다.

김 PD는 “범행 동기, 사회 구조 분석은 어떻게 하더라도 미흡한 느낌이 들었다”며 “유가족을 만나며 느낀 ‘감정’ 위주로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일 중요한 건 고시원이란 공간이었다”며 “범인이 바로 옆에 살고 있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마지막 장면에선 사건이 발생한 논현동 먹자골목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진 거리가 등장한다. 김 PD는 “그 거리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곳이자 소비하는 공간”이라며 “그런데 그 화려한 거리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은 드러나지 않는다.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그 거리의 풍경을 다시 봤을 때 부여되는 ‘비극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풍경이 확장되면 서울이란 도시 전체가 된다. 김 PD는 “그런 느낌 역시 함께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내가 술 마시러 간 저 자리에서, 내가 사는 서울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감정적으로 공유했으면 했다. 죄책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지만 시청자들이 이 다큐를 보고 뭔가 불편한 감정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한 감정’, 그것이 이번 다큐 제작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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