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협회, 언론법 비판광고도 심의보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제동씨 초상권 침해·공정성 등 이유…정치심의 논란

한국방송협회(회장 이병순)가 21일 언론·시민단체가 제작한 정부·여당 언론법 비판 TV광고에 대해 심의보류 결정을 내렸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의 4대강 비판 광고에 대해 ‘진실성 결여’와 ‘소비자 오인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심의를 보류한 데 이어 또 다시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또 한 번의 정치심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협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심의위원회를 열고 48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쟁취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이 지난 20일 신청한 언론법 비판 TV광고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 언론악법 원천무효 TV 광고 ⓒ전국언론노조

미디어행동이 심의를 위해 제출한 언론법 비판 TV광고는 모두 2편인데, 방송협회는 이들 광고에 대해 각각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조(공정성), 제11조(개인 또는 단체의 동의) 위반 등을 이유로 심의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상파 방송 3사 관계자 각 1인과 외부 관계자 1인, 방송협회 실무자 1인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심의위 관계자 전원합의에 따른 것이다.

광고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우선 최근 KBS 2TV <스타골든벨> 진행자 자리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난 방송인 김제동씨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이 담겨 있는 장면이다. 방송심의규정 제11조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나 초상을 사용한 방송광고에 대해선 광고주가 그 사용에 동의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적고 있는데, 미디어행동 등이 김제동씨의 동의를 구했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또 다른 부분은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윤성 부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언론법 개정안 가결을 선언하는 장면으로, 해당 화면의 아래에는 ‘미디어법 10월 29일 결정, 국민 여러분들이 판단해주십시오’라는 내용의 자막이 삽입됐다.

이와 관련해 방송협회는 “소송 등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 또는 국가기관에 의한 분쟁의 조정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일방적 주장이나 설명을 다뤄선 안 된다고 규정한 방송심의규정 제5조 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계 관계자들은 지난 7월 여당의 언론법 날치기 직후 정부가 일방적인 홍보 광고를 지상파 방송을 통해 내보냈으며, 심의를 위해 제출한 TV광고가 언론법의 법적 문제를 하나하나 따지는 방식을 피해 제작됐다는 점 등을 들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정부의 언론법 홍보광고에 대해 KBS노동조합 등이 방송심의규정 제5조 2항 위반을 이유로 방송금지신청을 냈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기각한 것과도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범수 광고심의팀장은 “정부의 언론법 홍보 광고는 각 방송사들이 비상업적인 정부광고인 만큼 자체적으로 판단, 방송을 했던 것”이라며 “방송협회의 결정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심의를 위해 제출된 전체 광고 가운데 12~13% 정도만이 원안 통과 된다”며 심의보류 결정이 이례적인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디어행동은 당초 이날 심의가 통과되면 방송광고 청약을 한 후 이달 29일까지 TV광고방송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방송협회의 심의보류 결정으로 인해 관련 일정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일반광고는 심의 접수 후 하루 안에 방송협회 실무진 차원에서 방송 가능 여부를 결론 내지만 정치적 입장 등이 담긴 의견광고는 매주 한 번씩 열리는 심의위에서 방송 가능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언론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오는 이달 29일 이전 미디어행동의 광고가 다시 심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