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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27일 오후 11시 10분

▣ 심층취재 <욕망의 땅, 강남 재건축 아파트>


재건축의 마법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이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재건축 단지들은 2006년 말, 관련 규제 완화에 힘입어 최고가의 90%를 회복하며 전체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미쳤다. 자기 돈 한 푼 안들이고도 도심 한 복판에서 헌집이 새집으로 탈바꿈되는 마법을 목격한 사람들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의 믿음처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수익에 대한 신화는 앞으로도 유효할까? 이 밝혀내는 재건축 아파트의 진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맹신에 제동을 건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보유한 전, 현직 고위공직자, 307명

2001년 이후 재건축이 활발해지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거대한 개발이익의 지름길이었다. 이 때문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 논란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였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을까? 은 전문 통계 기법인 CAR(Computer Assisted Researching)을 통해 관보에 기재된 지난 9년간의 고위공무원 재산공개를 모두 분석했다.

CAR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자료 통계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탐사보도 기법이다. 이를 토대로 얼마나 많은 고위공무원이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했는지 조사해봤다. 분석결과,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전, 현직 고위공직자는 307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25%는 재건축 규제가 거의 없어서 가장 많은 개발이익을 남긴 소위 ‘로또 재건축 단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MBC 〈PD수첩〉 ⓒMBC
강남 재건축 아파트, 전,현직 공직자의 거주율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첫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고지된 2008년 3월 관보에 따르면 전체 고위공직자의 약 12%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배우자를 제외한 직계존비속의 재산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갖고 있는 고위공직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위공직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재건축 단지는 개포주공으로서 36명의 소유주가 전, 현직 고위공직자 출신이었다. 개포주공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소형아파트로서 조사결과 단 한명의 고위공직자도 실제 거주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위공직자들의 재건축 아파트 구입 시기도 눈길을 끌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하던 2006년 이후, 일반인들이 너도나도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 때, 고위공직자가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는 놀랍게도 단 한 명이었다. 공직자들이 더 이상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험한 투자,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은 재건축으로 인해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강남의 두 단지를 찾아가 봤다. 은마아파트와 같이 30평대 이상의 중층 아파트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5차아파트. 이곳은 2002년부터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 7월 27일 아파트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새벽에 용역직원들이 들이닥치고 자기 집에서 쫓겨나는 지옥을 겪었다. 이주하지 않고 재건축을 반대하던 14가구를 상대로 법원의 명도집행 명령이 떨어진 것. 게다가 며칠 뒤, 조합원 중 한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재건축 때문에 자기 집에서 쫓겨나 지하 셋방에 살면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차라리 재건축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의 상징인 은마아파트의 전 세대, 즉 4424가구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열람하고 이를 분석했다. 소유주, 자가거주율, 매매년도, 주택담보대출액 등의 데이터를 통해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이런 전수조사를 통해 얻어진 경제적 사실을 토대로 은마아파트의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은 은마아파트가 현재의 조건으로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 수익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134개동에 6600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는 단일 단지로서 국내 최대 규모로 재건축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주민간의 불화가 극에 달한 상태. 지난 2003년 조합이 결성된 이후 재건축 사업비가 1조에서 3조로 늘어나고, 조합원의 개별 분담금이 최대 300% 이상 늘어나는 등 기존의 사업계획이 변경되자 조합원들 반발하면서 사업진행은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일, 법원의 재건축 사업시행 계획 승인 결의가 무효 판결되면서 기존 조합과 조합의 재건축 강행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 MBC 〈PD수첩〉 ⓒMBC
은행에 월세를 내고 있는 사람들

진통을 앓고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오늘날은 앞으로 시행 예정인 재건축 아파트들의 현재가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갈등이 불거지는 원인은 다름 아닌 ‘얼마만큼의 개발이익이 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은 전문가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기회비용과 수익성 분석을 통해 재건축 신화의 베일을 벗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이 진행되기 전 주민들은 넓은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기대하는 꿈에 부풀지만 이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중산층들이 대규모로 강남 재건축 시장에 뛰어들었던 2006년 말을 기준으로 수익성 분석을 할 경우 이들은 거의 -20% 이상 손해를 보았다. 바로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함으로서 잃게 된 ‘기회비용’ 때문이다. 특히 은행 대출을 통해 무리하게 재건축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많게는 몇 백 만원씩 은행에 월세를 내고 있는 셈. 재건축 사업이 길어질 경우 이들의 손실액은 늘 수밖에 없다. 이 만나 본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늘어나는 빚과 매달 이자비용, 그리고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재건축 사업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풀지 못한 숙제, 용적률

이들 바라는 수준의 이익이 재건축을 통해 실현되기 위해서는 토지 용적률 상향을 통해 고층아파트로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용적률 상향을 강력히 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용적률은 미래세대로부터 빌려온 제한된 자원과 마찬가지. 지금까지 재건축 용적률이 높은 땅에 끊임없이 고층 아파트를 올리고 늘어난 일반분양분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재건축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상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미 고층 아파트로 무분별하게 개발된 도시의 30년 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를 받치고 있는 땅과, 도시를 덮고 있는 하늘은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고층 아파트에만 골몰함으로서 하늘을 보지도, 땅을 밟지도 못하는 세상을 앞당기고 있는 현실. 고층아파트 개발에만 골몰한 재건축 사업의 태생적인 문제점을 이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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