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데이터로 증명, 편향성 논란도 극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CAR 통해 재건축시장 파헤친 〈PD수첩〉 김재영 PD

지난달 27일 방송된 MBC 〈PD수첩〉 ‘욕망의 땅 강남 재건축’편이 화제다. 〈PD수첩〉은 전문 통계기법인 CAR(Computer Assisted Researching)을 이용, 고위공직자들의 재건축 아파트 구매패턴을 분석하고, 재건축 신화의 실체를 조명해 주목을 끌었다.

〈PD수첩〉은 CAR을 통해 관보에 기재된 지난 9년간의 고위공무원들의 재산 공개 내역을 모두 분석,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 소유 현황을 파악하고 재건축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다. CAR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자료 통계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탐사보도 기법이다. 김재영 PD에 따르면 “통계가 곧 팩트(fact)가 되는 게 CAR”이다.  

▲ 김재영 'PD수첩' PD ⓒPD저널
김 PD는 “부동산시장의 불투명성을 CAR로 극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건축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와 고위공직자들의 재건축 아파트 구매 패턴을 살펴봄으로써 투기성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통해 강남 재건축 시장과 한국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고위공직자가 재건축 아파트를 가져선 안 된다고 고발하는 게 아니라 현재 패턴을 이해하는 거다. 이것이 CAR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몇 시에 누구를 만났는지까지 알 수 있다. 이를 분석하면 특정 시점에 어떤 사람들을 주로 만나고, 어떤 정책 결정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위공직자들이 언제 재건축 아파트를 많이 샀다면, 이때 어떤 부동산 정책이 있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통계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는 거다.”

이 같은 작업을 위해 〈PD수첩〉은 KBS 탐사보도팀에서 일했던 CAR 전문리서처 최윤원씨를 영입했다. 김 PD는 “KBS에서 호흡을 맞춘 까닭인지 훨씬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방송은 초보적인 수준의 CAR이었지만, 〈PD수첩〉을 업그레이드하는데 CAR을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탐사보도보다 한 단계 뛰어넘는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CAR 작업 과정은 무척이나 지난했다. 자료를 모으고 입력하는 일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졌고,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4500여 세대를 전수 조사하느라 등기부등본을 떼는 데만 250여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모아진 자료는 제법 흥미로운 사실들을 말해줬다. 현직 고위공직자들의 재건축 아파트 구매 패턴을 알아보니 2002~2004년 사이 매수가 많았으나, 2004년 이후부터는 매수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2006년 이후 고위공직자가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는 단 한명 뿐이었다. 김 PD는 “가격이 올라서 못 사거나, 2004년 이후 재건축 아파트의 가치가 주목을 못 받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을 예전 같으면 부동산 업자들을 ‘몰카’로 찍어 방송했겠지만 이제는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다. 굳이 발로 뛰지 않아도 자료를 돌리다 보면 특종이 나오는 거다. 객관적인 데이터이기 때문에 편향성 논란도 극복할 수 있다. 지난한 작업이지만 통계가 나오면 뿌듯하고 상황의 이면을 바라보는 일이 재미있다. 계속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