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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세이] KBS ‘일요일 밤으로’ 종영, 아쉽다

KBS 2TV 〈일요일 밤으로>(일요일 밤 11시35분 방영)가 지난 20일 종영했다. ‘갑작스런 종영’이었다. 지난 10월 말에 신설된 프로그램이 9회를 끝으로 막을 고했기 때문이다. 회를 거듭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무렵 전해진 종영이라 아쉬움이 더했다.

우선 고백할 게 하나 있다. KBS 〈일요일 밤으로〉와 〈PD저널〉은 악연(?)이 있다. 방송 첫 회분이 나가고 난 뒤 프로그램에 대해 매서운 질책을 가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질책은 〈PD저널〉만 한 게 아니지만, 다른 매체와는 ‘다른’ 시각의 비판을 기대한(?) 제작진 입장에서 〈PD저널〉이 못내 서운했었나 보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토론은 전문가들만의 몫이 아님을 보여준 ‘일요일 밤으로’

▲ KBS ‘일요일 밤으로’ ⓒKBS
제작진은 서운한 감정을 가졌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당시 비판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고 본다. 〈일요일 밤으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2PM 사태’와 관련해 재범 군을 취재하는 방식이었다. 당사자의 얘기를 직접 듣기 위해 미국 시애틀로 날아간 제작진의 열의는 이해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뷰를 ‘꼭 그런 방식으로’ 해야 했을까. 난 여전히 그 방식의 온당함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하지만 〈PD저널〉 기사가 전반적으로 옳았는지에 대해선 100% 자신을 못하겠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설명을 덧붙이면 이렇다. ‘2PM 재범’과 관련한 비판은 ‘우리’의 판단이 온당했다고 보지만, 그것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를 너무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건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런 고민을 했다. (물론 담당 기자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이런 ‘악연’ 때문에 〈일요일 밤으로〉를 거의 매주 보게 됐다. 일요일 밤 늦은 시각이라 보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지만 의무감과 기타 등등의 이유 때문에 보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거지만 ‘기타 등등’의 이유가 바로 재미였다. 〈일요일 밤으로〉는 회를 거듭하면서 초반의 혼란스러움을 잡아 나가고 있었고, 안정감을 찾으면서 프로그램을 궤도에 올려놓고 있었다. 재미도 재미지만 시사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한 출연자들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엿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 KBS ‘일요일 밤으로’ ⓒ KBS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들의 토론보다 자유로운 수다가 필요하다

지난 20일 마지막 방송에서 출연진들도 말했지만 〈일요일 밤으로〉의 가장 큰 미덕은 어깨에 힘주지 않고, 사회현상에 대해 느낀 것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도록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일요일 밤으로〉는 예전의 MBC 〈명랑히어로〉를 닮아 있다. 포맷 변경을 하기 전까지 〈명랑히어로〉는 시사적인 현안을 대중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명랑히어로〉 폐지를 아쉬워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이 부분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토론은 여전히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KBS 〈생방송 심야토론〉과 MBC 〈100분토론〉에서 이른바 전문가로 통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인’이 토론 패널로 나온 걸 본 적이 있는가. 거의 없다. 스튜디오에 나온 시민들은 항상 패널들 뒤에 배치돼 있고 발언기회도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한국 사회에서 토론은 여전히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 MBC ‘명랑히어로’ ⓒMBC
지난 20일 〈일요일 밤으로〉 마지막 방송에서 김정운 명지대 교수의 발언을 주목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전문가만 얘기해야 되고, 정치인이 얘기해야 되고, 교수가 얘기해야 되는 것인가. 누구나 사회적 사안에 대해 내 의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0분토론’과 ‘심야토론’ 외에 ‘명랑토론’도 필요하다!

이 말은 〈일요일 밤으로〉가 전문가 수준의 토론은 아니지만 사회적 현안에 대해 ‘비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해왔다는 항변인 셈이다. 완벽하게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김정운 교수의 말처럼 최근 〈일요일 밤으로〉가 그런 모습을 보여온 건 분명하다. 그래서 종영이 주는 아쉬움이 크다.

교수나 법조인, 정치인들이 나와 자세를 바로잡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야만 ‘수준 높은 토론’이 되는 건 아니다. 사견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들의 ‘토론’보다 좀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비전문가들의 ‘수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일정하게 담당했던 KBS 〈일요일 밤으로〉의 폐지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엔 〈100분토론〉과 〈생방송 심야토론〉 못지않게 〈명랑히어로〉와 〈일요일 밤으로〉 같은 프로그램도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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