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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2009년의 TV는 2008년보다 못했다. 기대작들이 실망만 남겨놓고 떠난 와중에 〈지붕 뚫고 하이킥〉이 홀연히 구전되며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다른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은 웃자고 만든 이 시트콤에서 블랙 코미디의 페이소스를 발견하고 어떤 사람은 ‘빵꾸똥꾸’의 해악을 기어코 찾아낸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어쨌든 계속 뭔가를 말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은 성공적이다.

물론 이 작품이 시작되기 전부터 호사가들은 〈거침없이 하이킥〉보다 좋을지 어떨지 지레 짐작해보곤 했다. 물론 결과야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이렇게 중얼거리는 게 또 TV보는 재미가 아닌가. 자연스럽게 2010년 이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내 생각에 경인년의 이슈는 크게 3가지다.

1. 나르샤 : 과연 포스트 이효리가 될 수 있을까

걸그룹이 주도한 2009년 가요계에서도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의미심장한 성과다. 물론 〈Sound G.〉의 성공에 지누(롤러코스터)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결국 음악을 완성하는 게 그걸 들려주는/보여주는 가수라는 점에서 브아걸의 존재감은 탁월했다.

▲ KBS '청춘불패'에서 활약 중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나르샤. ⓒKBS
그 중에서도 나르샤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브라카다브라’의 무대에서 그녀는 기존 이미지와는 180도로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렇게 시선을 고정시킨 그녀는 추석특집으로 MBC에서 방영된 〈여성 아이돌그룹 서바이벌 달콤한 걸: 걸그룹 운동회〉에서 구하라(카라)와 함께 반짝이는 예능감을 선보였다. KBS2 〈청춘불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건 그래서 충분히 납득이 된다. 게다가 그녀는 스물아홉이라는 실제 나이를 이용한 털털한 개그코드를 구사하며 ‘성인돌’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런 모습이 연상시키는 건 이효리다. 이효리는 엄정화 이후로 거의 유일하게 음악/TV에서 자기 자리를 확실히 구축한 여자-연예인이다. 흥미로운 건 〈패밀리가 떴다〉의 이효리와 ‘U GO GIRL’을 부르는 이효리의 이미지가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정도로 이효리의 존재감은 독보적인 게 있다. 그래서 과연, 나르샤는 이효리처럼 될 수 있을까. 여자 연예인에게 섹시함·털털함·청순함을 당연한 듯 요구하는 연예계에서 그녀는 ‘멋있는 언니’가 될 수 있을까. 1년 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게 될까.

2. 〈추노〉: 과연 〈선덕여왕〉과는 다른 방식의 퓨전사극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곽정환 감독의 드라마다. 〈한성별곡 正〉으로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사극을 선보인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3년 전 인터뷰에서 언급되기도 했던 이 ‘노비 사냥꾼’ 이야기는 곽정환 감독이 자료 수집 중에 우연히 발견한 단서로부터 시작된 기획물이다. 장혁, 오지호, 이다해가 출연하는데 전작의 팬이라면 김하은이 더 반가울 것 같다. 그녀는 〈한성별곡 正〉의 여주인공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 KBS 새 수목 드라마 '추노' ⓒKBS
2010년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꼽히는 〈추노〉는 과연 새로운 소재로 퓨전사극의 새 장을 열 수 있을까. 〈선덕여왕〉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극의 영역을 확장시키거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곽정환 감독이기 때문에 기대하는 지점이 있다. 2010년 상반기동안 우리는 이 드라마에서 과연 무엇을 보게 될까.

3. 케이블 TV: 과연 디지털 시대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까

2012년이면 한국의 방송환경은 100% 디지털로 전환된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앞두고 케이블 업계는 2010년까지 모든 가입세대를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는 동시에 전 채널의 HD송출과 시청자 복지 중심의 SO운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었다. 그게 2006년이었다. 그 사이에 IPTV가 상용화되고 방송분야 한미FTA가 체결되었다. 위성방송까지 가세한 한국 방송 시장의 점입가경은 케이블 업계의 위기로도 여겨졌다.

어쨌든 2010년이 왔다. 온미디어와 CJ미디어의 양강 구도는 CJ오쇼핑이 온미디어의 지분 55.17%를 인수하면서 CJ미디어를 독보적인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만들었다. 결국 디지털 방송 환경으로 전환되는 2012년을 앞두고 케이블 시장은 다시 격변하고 있다. 과연 케이블 업계는 디지털 방송환경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까. 실시간 IPTV 서비스 가입자가 150만을 넘어선 현재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할까. 그에 따라 결국, 시청자들은 어떤 ‘선택권’을 얻게 될까. 201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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