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비판’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 논설위원으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 “말 안 듣는 기자 취재현장서 배제…저급한 보복행위”

SBS가 오랫동안 환경전문기자로 활약해 온 박수택 기자를 최근 논설위원실로 발령하자 노조가 “무원칙하고 부당한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4대강 사업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과 관련된 비판적인 보도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SBS 환경전문기자로 오랫동안 활약하다 최근 논설위원에 임명된 박수택 기자 ⓒSBS
박수택 기자는 지난 2003년부터 환경전문기자로 일하며 데일리 뉴스에서 놓치기 쉬운 생활환경·생태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의 날’ 국민포장, 환경문화상, 녹색언론인상 등을 받았으며, 지난 2005년부터 〈물은 생명이다〉 진행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박 기자는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도 졸속적인 추진과 대운하 사업과의 연계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보도해왔다.

그런데 SBS는 박 기자를 지난 1일자로 보도본부 논설위원실 논설위원에 임명했다. 사실상 취재 현장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SBS측은 박 기자의 1년 후배인 최영범 부장이 신임 보도국장에 취임하면서 지휘 통솔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심석태, 이하 SBS노조)는 성명을 내고 “보도국이 검찰 조직도 아니고, 후배가 책임자가 된다고 선배들을 보도국에 둘 수 없다는 것부터가 납득하기 어려운 궤변”이라며 “결국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지 않은 기자를 취재 현장에서 배제하려는 것이 이번 인사의 배경임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성토했다.

노조 “인사권 빙자한 보복 행위”…박수택 기자 “조금 서운”

SBS노조는 “박수택 기자의 기사들이 수시로 보도국 지휘부와 사측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대운하 시도와 4대강 사업 등 현 정부의 주요 시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것도 사측으로서는 적잖게 불편했을 것”이라며 “환경전문기자를 논설위원으로 보내 아예 이런 보도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인사권을 빙자한 저급한 보복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더구나 전문성을 강화해도 시원찮을 판에, 10년 가까이 유지되던 전문기자제를 사실상 폐지해버리는 것도 보도의 경쟁력 강화는 안중에도 없는 퇴행적이고 근시안적인 조치”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한때 5명이나 됐던 SBS의 전문기자는 이제 의학전문기자 1명만 남았다”며 “전문기자제와 유사하게, PD 등을 대상으로 전문직 경력개발 모델을 만들겠다던 사측의 공언도 허언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금이라도 사측은 퇴행적이고 부당한 인사 조치를 철회하라. 그리고 전문기자제를 포함한 인력의 전문성 강화 문제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SBS노조는 박수택 기자 인사 발령과 관련해 사측에 노사협의회 개최를 요청한 상태다.

한편 이번 인사에 대해 박수택 기자는 “회사의 조직원으로서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이라면서도 “6년 동안 나름대로 보람차게 해왔는데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취재를 할 수는 없지만, 지난 6년간 쌓은 경험도 있고 (환경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