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또 당할지 모르니 소송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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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KBS 기자, 지역발령 받은 직후 사내 게시판에 글 올려

‘보복’ 인사 논란 속에 춘천 KBS로 내려간 김현석 KBS 탐사보도팀 기자가 지난 3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김 기자는 해당 글에서 발령 사실을 알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본부장이 “그러게 왜 되지도 않는 아이템을 올려서 분란을 만들고 그러느냐”며 최근 자신이 취재를 시작한 ‘해직자의 겨울’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 최고 언론기관인 KBS에서 이런 문제 하나 내부논의를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면서 “누가 또 되지도 않는 이유로 이런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소송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이번 주 안에 인사처분취소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김 기자는 이어 “4일부터 춘천으로 출근한다”며 “제대로 인사 못 드리고 떠날 수밖에 없어 너무 죄송스럽다. 건강하게 있다가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 양승동 KBS PD, 김현석 KBS 기자, 성재호 KBS 기자(왼쪽부터) ⓒPD저널

김 기자의 글이 올라오자 KBS 구성원들은 잇따라 댓글을 달며 이번 인사 조치를 비판했다. KBS의 한 PD는 “제작과정의 갈등을 가지고 보복인사를 하다니, KBS가 도대체 언론사 맞느냐”고 현실을 개탄했고, 한 기자는 “권력에 빌붙어 더러운 칼자루를 손에 쥐었다고 시시덕거리며 등 뒤에서 비열한 칼질이나 저지르는 천박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후생안전팀의 한 직원은 “참으로 모진 처사”라면서 “전임 사장은 이강택 PD를 수원에 보내더니 현 사장은 김 기자를 춘천으로 보내는군요. 미국에 반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해직자를 다룬 기획을 했다고요. 그럼 수신료를 받는 KBS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리 해서는 수신료 납부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역시 ‘그분’이 오면 뭔가 다르다고 그렇게 강조하더니 다른 게 한술 더 뜨는 거였군요”, “MB 특보한테 무슨 기대를 하겠습니까” 등 김인규 사장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앞서 지난달 31일 김현석 기자가 춘천 KBS로 발령나자 KBS 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준) 등이 성명을 통해 “보복성 지방발령을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젊은 기자들은 제작거부 돌입을 호소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사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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