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smark0|당신 너무나 이쁜 당신 |contsmark1|항상 난 당신을 향해 행진 |contsmark2|언제 거꾸로 신을지 몰라 고무신 |contsmark3|그래도 너무 귀여운 당신 |contsmark4|당신의 텅 빈 머릿속에 꽉 차 있는 담배 연기 |contsmark5|아무데서나 담배를 피는 용기 |contsmark6|아무데서나 화장을 고치는 굳은 심지 |contsmark7|그러면서 남의 시선 남의 이목 |contsmark8|남의 크고 작은 목소리 |contsmark9|되게 신경 쓰는 당신 |contsmark10|좋지만 얄밉고 이쁘지만 열받게 구는 |contsmark11|당신은 세뇨리따 |contsmark12|남들이 다 뭐래도 나 당신만을 따라가리다 |contsmark13|당신은 나만의 모나리자 |contsmark14|곧 모든 걸 바꿔보리다 내가 차지하리다 |contsmark15|두려운 거야 드러운 거야 |contsmark16|아니면 좋아서 내숭떠는 거야 쇼하는 거야 뭐야 |contsmark17|당신 나랑 지금 장난하는 거야 |contsmark18|당신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거야 십 원짜리야 |contsmark19|여기선 웃어 나에게 와선 차가워 |contsmark20|우선 사람을 만나면 사람만 봐라 |contsmark21|어서 가로세로 전후좌우 재가며 계산해 가면 |contsmark22|사람 만나면 혼난다는 걸 |contsmark23|모른다면 당신은 바보 |contsmark24|무심코 뱉은 당신의 한마딘 |contsmark25|내 마음에 파도 날 가지고 장난했다면 |contsmark26|당신을 타도할거야 바로 잡아줄 거야 |contsmark27|바로 혼내줄 거야 진심이었다면 |contsmark28|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평생 나의 가보 |contsmark29|참을 만큼 참았어 갈 때까지 갔어 |contsmark30|해줄 만큼 해줬어 한도 끝도 없이 |contsmark31|난 해줬고 정도 지나치게 |contsmark32|당신은 날 완전히 뭉개버렸어 |contsmark33|성질나서 더는 못해먹겠어 알았어 |contsmark34|없어도 있는 듯 몰라도 아는 듯 눈웃음으로 |contsmark35|모든 상황을 해결하는 |contsmark36|니 속뜻 진짜 밉상 진상 |contsmark37|꼴배기싫은 니가 대장 |contsmark38|니가 얼마나 멋진 남자 만나 어떻게 사나 |contsmark39|평생 지켜본다 명심해라 |contsmark40|너 혼자 잘나 퉁퉁 튕기다가 |contsmark41|하루아침에 니가 뻥 튕길거다 명심 또 명심해라 |contsmark42|그리고 뒤통수 조심해라 |contsmark43|뭐달라구 뭐 혼날라구 혼 |contsmark44|힘내자구 힘 어쩌라구 어 |contsmark45|나 한순간에 새됐스 당신은 아름다운 비너스 |contsmark46|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contsmark47|나 갖다가 너는 밤낮 장난하나 |contsmark48|나 한순간에 새됐스 당신은 아름다운 비너스 |contsmark49|너만을 바라보던 날 차버렸어 |contsmark50|나 완전히 새됐어 |contsmark51|어떻게 내 마음을 전할까 |contsmark52|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contsmark53|나보다 좋은 사람 만날까 너무 두려워 너무 싫어 |contsmark54|제발 날 떠나지 마 |contsmark55|더 이상 혼자는 싫어 |contsmark56|정말 싫어 나 완전히 새됐어 |contsmark57| |contsmark58| |contsmark59|-싸이 작사·작곡 |contsmark60| |contsmark61| |contsmark62| |contsmark63| |contsmark64| |contsmark65| |contsmark66|텔레비전 앞에서 리모콘 갖고 장난치다가 특이한 애를 하나 발견했어. 예전에 쇼킹 블루가 불렀던 비너스 비슷한 음들이 나오길래 눈여겨봤는데 이건 그 비너스보다 훨씬 더 쇼킹한 거야. 비슷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나와 찧고 까불고 하는 게 요즘 쇼프로잖아. |contsmark67| |contsmark68| |contsmark69|근데 그날 내 눈길을 끌어당긴 애는 뭔가 좀 다르더라구. 얼굴은 개그맨 이창명이고 춤이나 의상은 신바람 이박사한테서 빌린 것 같다고 할까. |contsmark70| |contsmark71| |contsmark72|솔직히 특이하다는 말 그게 좀 괴상하거나 맘에 들지 않을 때 쓰는 완곡어법이잖아. 근데 채널을 돌릴 수 없게 하는 엽기적인 힘이 그 아이에게 있더라니까. 이건 뭔가 물건이로구나 하는 그런 느낌. 휠이 오더라니까. |contsmark73| |contsmark74| |contsmark75|더 놀란 건 글쎄 얘가 립씽크를 안 하는 거야. 그 바쁜 랩을 줄기차게 라이브로 하더라구. 나중에 들어보니 어느 무대에선가 립싱크하는 애들더러 판 틀려거든 입이나 제대로 맞추라고 대놓고 일갈했다지 아마. |contsmark76| |contsmark77| |contsmark78|대단하구만 하면서 밑에 깔린 가사를 더듬어 보니까 그게 또 장난이 아니었어. 우선 얘가 운율을 알더라구. 특히 각운을 기가 막히게 살리더구만. 처음에 당신 고무신에서부터 연기 용기를 거쳐 새됐스 비너스에 이르기까지 기막힌 라임을 구사하더라니까. 시를 좀 써본 앤가 싶더라구. |contsmark79| |contsmark80| |contsmark81|인터넷에 들어갔지. 난리가 났더구만. 나이는 스물 셋. 본명이 박재상이래. 짐작컨대 별명이 싸이코였나 봐. |contsmark82| |contsmark83| |contsmark84|재상이의 끝을 따서 상이로 거기서 되게 발음하다보니 쌍이로 그게 다시 싸이가 됐다고 적혀 있더군. 각박한 세상을 싸이코로 맘편히 살고 싶은 마음이래. |contsmark85| |contsmark86| |contsmark87|일단 기본 상품성을 갖췄더구만. 조피디와 버클리 음대 동창이었어. 음반에 실린 ‘아이 러브 섹스’는 둘의 합작이더군. 제목부터 도발적이잖아. |contsmark88| |contsmark89| |contsmark90|아니나 달라? 신청한 스무 곡 중 무려 열여섯 곡이 반려됐다는 거야. 근데 얘가 뭐래는 줄 알아? 그들의 심의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데. 그쪽 어른들이 보기에 한마디로 되게 싸가지 없는 놈이지. |contsmark91| |contsmark92| |contsmark93|특기가 클라리넷 드럼 외에 외로움과 심심함을 놀이문화로 전환하는 거래. 취미 역시 댄스에 음주가무에 여행이라는군. 자기는 진실하고 솔직한 이미지의 음악이 좋대. 들으면 신나고 좋아서 닭살 돋는 음악을 추구한다는군. |contsmark94| |contsmark95| |contsmark96|고분고분한 놈은 분명 아니었어. 물론 고만고만한 놈도 아니구. 개성이 있다는 얘기지. 스포츠지에서도 이렇게 썼더군. |contsmark97| |contsmark98| |contsmark99|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확실한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싸이의 행보에 음악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contsmark100| |contsmark101| |contsmark102|지가 무슨 김용옥인가. 음반 껍데기엔 히치콕의 새를 연상케 하는 여자의 겁에 질린 표정을 그려놨더군. 설명은 싸이 프롬 더 싸이코 월드. 진짜 싸이코의 시선으로 보는 가짜 세상이래나 뭐래나. |contsmark103| |contsmark104| |contsmark105|노래 가사만 보면 그저 날라리 여자한테 버림받은 순진한 남자의 넋두리에 불과하지. 물론 그렇게만 해석해도 누가 욕하지 않겠지만 뭔가 세상의 구도에 노랫말을 연결해 보는 일도 재밌잖아. |contsmark106| |contsmark107| |contsmark108|왜 이 남자는 새가 됐을까. 여기서 새를 타락한 세상의 발빠른 행보에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벼랑에서 낙오한 존재로 보면 어떨까. |contsmark109| |contsmark110| |contsmark111|새는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건데 싸이의 새는 오히려 지상을 유유히 걷고 싶은가 봐. 이런 생각도 들더라. 비참한 상황이 도래하면 남자들은 흔히 자신의 생식기에 그걸 비기잖아. |contsmark112| |contsmark113| |contsmark114|물론 순우리말 한 글자로 말이지. 그 말이 하고 싶은데 그러면 노래로 띄울 수 없잖아.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새라고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야. 오류인가 비약인가 헷갈리는군. |contsmark115| |contsmark116| |contsmark117|삐딱하게 비틀어 보는 게 젊음의 지하철역이지. 슈퍼맨 흉내내다가 떨어져 죽는 애는 극소수라구. 제발 떠들게 내버려두자는 게 내 생각이야. |contsmark118| |contsmark119| |contsmark120|옛날 생각 좀 해 봐. 자는 척하면서 어른들 하는 말 다 엿듣지 않았어? 진짜 쓸데없는 거 가지고 어른들 엄청 걱정했잖아. |contsmark121| |contsmark122| |contsmark123|이해는 하지만 왠지 난 그런 어른들 불쌍하더라. 싸이 같은 애 하나쯤 있는 게 좋잖아. 한둘이 아니니까 문제라구? 싸이들이 많아지는 게 걱정된다구? 싸이보다 더 싸이코 같이 돌아가는 세상일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 우울할 때 우리도 새 한번 돼 보자구. 세상의 권력에 립씽크 하는 거 진짜 지겹지 않아? |contsmark124||contsmark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