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석훈의 세상읽기]

▲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88만원 세대 저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회사 중에서 약간 특수한 회사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가 로펌이라는 곳이고, 또 다른 하나가 컨설팅 회사이다. 물론 내용을 들여다보면 별 신기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신기한 구석이 많은 회사인 것은 사실이다. 평직원, 대리, 과장, 부장 그리고 팀장과 같은 직급으로 구성된 회사와는 달리, 수습, 파트너와 같이 구성되어 있는 이러한 회사 체계는 좀 특수하다.

개인적으로는 난 로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물론 로펌과 일해본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 상층부에서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전히 좀 생소하다. 김앤장, 태평양, 이런 대표적인 로펌들의 내부가 여전히 좀 궁금하기는 하다. 반면에 컨설팅 회사가 움직이는 방식은 좀 아는 편이다. 컨설팅 회사와는 일을 많이 해봤는데, 예전에 UN에 공식 등록된 컨설턴트 자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들은 전문 분석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업무를 하는 곳과 상식을 가지고 나름대로는 최적의 답을 내고자하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업무를 하는 컨설팅 회사는, 하여간 돈 되는 건 다 한다고 보면 된다.

KBS의 경영혁신이 보스턴 컨설팅 회사로 갔다. 꼭 이런 일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게 맡겨야 하는가 싶지만, 어차피 국내 회사로 갔다면 매수에 관한 걱정을 해야 할 것이고, 생산성본부와 같은 정부기관으로 갔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보스턴의 경우는,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컨설팅 회사 중에서는 평판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회사이고, 공익성을 다루는 방식에서 아주 무지한 기관도 아니다. 그리고 국내의 사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밝은 한국인 컨설턴트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는 생산성본부 보다는 나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보스턴의 최종 보고서에 우리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KBS 수신료 인상이 여기에 걸려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나올 것이 뻔하니까. 어느 부처의 어떤 인력이 감축이 대상일 것인가, 즉 누가 잘리고 어떤 부서가 사라지게 될 것인지, 당연히 보스턴 보고서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사실 감축 대상이 될 부처에는 보스턴이 저승사자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경영이 방만하다”는 보고서의 한 줄은, 해당자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줄과 같을 것이다.

▲ 김인규 KBS 사장이 4일 오전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말하고 있다. ⓒKBS
물론 보통의 컨설팅 보고서에는 누구를 어떻게 하라는 얘기는 잘 안 들어가고, 대신 정리할 사업과 늘릴 사업의 방향에 대해서만 적혀있다. 조금 더 자세한 컨설팅 보고서에는 사업별 규모 조정과 이에 따른 예상수익률까지 시나리오 형태로 분석해주기도 한다. 최종 결론은 결국은 의뢰주에게 넘겨진다. 컨설팅 회사는 어디까지나 조언자이지, 경영선택을 대신 해주는 입장은 아니다. 때때로 경영주가 안아야 하는 ‘난처한 결정’을 대신해주는 회사도 있지만, 그러면 악명이 남는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는, 좋은 조언 혹은 전문적인 기술 자문을 하고자 하는 곳이지, 차도살인계로 남에게 더러운 손을 빌려주는 그런 악명을 가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장사 한 두 번 하고 말 것은 아니고, 악명이 많아지면 의뢰주도 의뢰를 꺼리게 된다.

일단 보스턴의 컨설팅 과정을 지켜보자는 생각이지만, 먼저 한 가지만 주문을 하고 싶다. KBS는 다른 일반 회사와 달리 공공기관이고, 공영방송에 대해서 국민이 시청료를 지불하는 것이 바로 ‘공공성’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상업방송과 같은 잣대를 대어서는 곤란하고, 국민의 신뢰와 공공성 같은 다루기 어려운 변수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공공적 가치를 가진 방송이 더 많아지고 믿을 수 있는 방송이라는 국민의 평가가 높아지면 시청료 납부에 대한 조세저항이 줄게 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격렬한 조세저항이 생겨날 것이고, TV를 치우겠다는 사람 심지어는 KBS를 제외한 케이블 상품 혹은 공중파 수신이 불가능해서 시청료를 내지 않을 수 있는 TV 수상기가 상품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시청료를 내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필요하므로 그 돈을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보고서를 작성하는 보스턴의 자문을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부담은 가겠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인 한국의 공영방송에 한 획을 긋는다는 마음으로 좋은 열린 마음으로 KBS 보고서를 작성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주어진 답에 끼워 맞추기를 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익성과 공공성, 시장과 공익, 그 속에서 BBC처럼 공익 프로그램의 대명사 같은 위상을 KBS가 가질 수 있도록 지혜를 빌려주기를 부탁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