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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예찬은 ‘문제없음’ 비판은 ‘공정성 위반’…과도한 내용심의도

지난 2008년 5월 출범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언제나 논란의 한 가운데 있었다. 특히 박명진 전 위원장 재임 시절, 방통심의위는 MBC 〈PD수첩〉과 〈뉴스데스크〉 등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프로그램에 대해 잇따라 ‘공정성’이란 칼날을 들이대 ‘정치적 심의’를 자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박명진 위원장이 돌연 사퇴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진강 현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방통심의위는 공정성 심의에서 비교적 너그러운 태도를 취하는 듯했다. 보수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가 지난해 7월 〈뉴스데스크〉의 언론관계법 보도가 편향됐다며 제기한 민원에 대해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성 조처인 ‘권고’를 의결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 6·2지방선거 등 굵직한 현안들을 두고 방통심의위는 최근 공정성 심의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심의위는 지난해 12월 4대강 사업의 예산 편성 문제와 민생예산 삭감에 대해 보도한 〈PD수첩〉에 대해 오는 27일 전체회의에서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고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PD수첩〉 ‘4대강과 민생예산’편 역시 보수시민단체가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를 제기하며 심의를 요청한 사안이다.

반면 심의위는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해 11월 “공영방송 KBS가 국민적 반대여론이 높은 정부 프로젝트 사업에 대해 일방적인 홍보방송을 한 것은 공영방송의 공적책임을 어긴 것”이라며 심의를 요청한 KBS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 중계방송에 대해서는 ‘문제없음’을 의결해 대비를 보였다. 언론연대는 “4대강 예찬에는 ‘문제없음’, 4대강 비판에는 ‘공정성’ 위반 심의라는 이중적, 편파적 잣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취임 직후부터 ‘신속 심의’를 강조했던 이진강 위원장이 또 하나 중점을 둔 것은 이른바 ‘막장’과 ‘막말’ 심의다. 이 위원장 취임 이후 심의위는 유독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매서운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MBC 일일드라마 〈밥줘〉에 대해 “사회 통념과 시청자 정서에 어긋나는 내용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했다”며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막장드라마 심의’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막말방송’을 이유로 MBC 〈황금어장〉과 SBS 〈절친노트2〉 등 TV 예능프로그램과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 등의 무더기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심의위는 지난해 12월 MBC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빵꾸똥꾸’라는 말을 유행시킨 해리(진지희 분)의 언행에 대해 “해당 어린이 출연자가 어른들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반말을 사용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지나친 장난 등을 치는 모습은 방송시간대 등을 감안할 때 다른 어린이 시청자들의 모방 가능성을 불러와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양식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권고’를 의결해 과도한 내용 심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진보신당은 당시 낸 논평에서 “국민이 스스로 판단해서 걸러들을 내용을 국가가 나서서 심의하는 상황이 완전히 ‘빵꾸똥꾸’스럽다”며 “국민의 의사표현을 정권이 자꾸 막으니 이명박 정권 들어 표현의 자유가 자꾸만 위축된다는 지적을 받고, 또한 방통위가 시트콤에 나오는 대사까지 일일이 검열해야 하는 시트콤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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